그래픽=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그래픽=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수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경기 부진으로 인해 빚으로 연명해온 자영업자 가운데 대출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이들의 연체율은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들은 은행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비은행 금융기관)에서 대거 돈을 끌어 쓴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자영업자 연체율 역시 2금융권을 중심으로 뛰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대규모 부실'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자영업자 대출 1034조 '역대 최대'… 연체율 상승 가팔라

27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에게 제출한'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다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3분기(1014조2천억원)와 4분기(1019조9000억원)에 이어 올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1000조원을 넘어섰고 3개월 만에 13조9000억원이나 급증했다.


문제는 연체율 상승 속도도 가팔라졌다는 점이다. 올 1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0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0.65%)보다 0.3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연체율 상승 폭을 보면 지난해 4분기(0.12%포인트)나 3분기(0.06%포인트)와 비해 대폭 뛰었다.


이같은 연체율(1.00%)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분기(0.76%)를 웃돌 뿐만 아니라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도 올 1분기 말 6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말(4조1000억원)보다 53.7%나 늘었다. 전기 대비 증가율이 4분기(24.2%)의 두 배 이상이다.


자영업 대출자 연체율을 소득별로 보면 저소득층(소득 하위 30%)은 지난해 4분기 1.2%에서 올해 1분기 1.6%로 0.4%포인트 올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3분기(1.7%) 이후 3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중소득(소득 30∼70%) 자영업자의 연체율(1.8%)도 3개월 만에 0.5%포인트 높아졌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2020년 1분기(1.9%)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다.

고소득(소득 상위 30%) 자영업자의 연체율(0.9%)도 2019년 3분기(0.9%) 이후 3년 6개월 내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2금융권 연체율 급등 "어쩌나"

특히 비은행인 2금융권 대출 연체율이 심각한 상태다. 1분기 기준 은행권과 비은행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각각 0.37%, 2.52%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은행에서 0.11%포인트 상승하는 동안 비은행권에서는 0.92%포인트 급등했다.

은행권 연체율은 2019년 1분기(0.38%) 이후 4년 만에 비은행권 연체율은 2020년 2분기(2.59%)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은행권을 다시 세부업권으로 나눠보면 상호금융(2.22%), 보험(0.69%), 저축은행(5.17%),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1.66%)의 1분기 연체율이 3개월 만에 각각 0.83%포인트, 0.36%포인트, 1.86%포인트, 0.6%포인트 높아졌다.

이처럼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모든 소득 계층에서 자영업자의 대출은 줄지 않고 지속해서 늘고 있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지난해 4분기 119조9000억원에서 올 1분기 123조원으로 3조1000억원 불었다.

같은 기간 고소득 자영업자(713조9000억원→723조6000억원)와 중소득 자영업자(186조원→187조2000억원) 대출도 각 9조7000억원, 1조2000억원 증가했다.

금리 오르면 자영업자 1인당 이자 58만원 증가

자영업자 대출 규모(1033조7000억원)와 변동금리 비중(추정치 66.8%)을 바탕으로 계산하면, 금리가 앞으로 0.25%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전체 자영업자 이자는 1조8000억원, 자영업 대출자 1인당 이자는 연평균 58만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양 의원은 "올해 9월 말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의 종료로 자영업자들의 원금상환이 시작되면 대규모 부실이 현실화할 수 있고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질수 있다"며 "정부와 금융권은 만기 연장 등 금융 지원을 늘려 선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