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윤지수가 30일 중국 항저우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메달을 들고 있다. 윤지수는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23.9.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윤지수가 30일 중국 항저우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메달을 들고 있다. 윤지수는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23.9.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항저우(중국)=뉴스1) 이상철 기자 = "아빠와 생맥주 한 잔 마시려고요."

30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한국에 올 펜싱 국가대표 윤지수(30 서울특별시청)은 벌써 선약 하나가 잡혔다.


그의 아버지인 윤학길(62) 한국야구위원회(KBO) 재능기부위원과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항저우 대회를 돌아보기로 했다.

윤지수는 이번 대회에 여자 사브르 국가대표의 일원으로 참가해 금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3연속 금메달을 땄지만 개인전 금메달은 이번에 처음으로 거머쥐었다. 그는 26일 펜싱 여자 사브르 결승전에서 사오야치(중국)를 15-1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 펜싱사에도 값진 금메달이었다. 2014년 인천 대회의 이라진 이후 9년 만에 여자 사브르 개인전 금맥이 이어졌다.


그렇게 윤지수는 '윤학길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여자 사브르의 간판이 됐다. 그 모습을 보며 누구보다 기뻐했던 사람은 펜싱 선수로 성장해가는 딸을 처음부터 쭉 지켜봤던 아버지 윤학길 위원이었다.

윤지수는 체육인 2세다. 아버지 윤학길 위원은 프로야구 레전드 중 한 명으로, 현역 시절 전인미답의 '100완투' 기록을 세우는 등 롯데 자이언츠의 전성기를 견인했다.


딸이 아시안게임에서 시상대 맨 위에 오르는 모습을 TV로 본 윤학길 위원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리고 딸에게 "네가 자랑스럽다"며 진심을 담아 격려했다.

곧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윤지수는 "오늘도 아버지와 통화했는데 '한국에 오면 생맥주 한 잔 마시자'고 말씀하셨다. 서울에서 소속 팀 생활을 하다가 부산 본가로 가면 아버지와 생맥주를 자주 마신다"고 웃었다.

윤지수가 2021년 8월3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롯데 자이언츠 제공)
윤지수가 2021년 8월3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롯데 자이언츠 제공)


윤지수는 이번 대회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가기도 했다. 전날(29일) 우승을 노렸던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일본에 밀려 결승 진출이 좌절됐는데 윤지수가 마지막 9바우트에서 9점 차 리드를 못 지키고 역전패를 당했다.

윤지수는 "펜싱 경기를 하다 보면 종종 이럴 때가 있다. 하필 어제가 그 날이었다"며 "계속 힘겨워할 수는 없다. 툭툭 털어내고 자양분으로 삼아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그래도 펜싱 대표팀 선수들 전원이 메달을 따서 참으로 행복한 대회였다. 개인적으로도 개인전 첫 금메달을 따서 기쁘다"고 대회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한화 이글스 코치 시절의 윤학길 위원(왼쪽). 뉴스1 DB ⓒ News1 민경석 기자
한화 이글스 코치 시절의 윤학길 위원(왼쪽). 뉴스1 DB ⓒ News1 민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