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감세" vs "이중 과세"… 상속세 향한 엇갈린 시각
[머니S리포트 – 도마에 오른 '상속세 개편'] ② 경제계 염원에도 반대 의견 가로막혀 20년 넘게 논쟁 반복
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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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통령의 발언으로 상속세 개편이 최근 화두에 올랐다. 현행 상속세는 2000년 개정 이후 현재까지 이어져 한국 경제 규모와 소득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경영권까지 내놓아야 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잇따르면서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상속세를 개편하면 세수 감소가 불가피한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속세의 면면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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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순서
①24년째 뜨거운 감자… 상속세 개편 탄력받는다
②"부자 감세" vs "이중 과세"… 상속세 향한 엇갈린 시각
③상속세 개편 시 '세수 감소' 불가피… 재원 마련은 어떻게
①24년째 뜨거운 감자… 상속세 개편 탄력받는다
②"부자 감세" vs "이중 과세"… 상속세 향한 엇갈린 시각
③상속세 개편 시 '세수 감소' 불가피… 재원 마련은 어떻게
상속세 과세 기준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속세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했지만 갈 길이 멀다. 기업과 개인은 물론 국가 재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경제계는 현행 상속세가 징벌적 수준의 과도한 할증과세라며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반면 '상속세=부자세금'이라는 인식이 여전해 부자감세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상속세 개편 논의가 매번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이유다.
상속세 부담에 회사 매각까지… 경영권 '흔들'
상속세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진영은 경제계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벗어난 높은 상속세율과 유산세 방식의 과세 기준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세대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일본(55%)에 이어 세계 2위다.여기에 대기업은 최대주주 보유주식 상속시 평가액의 10%를 할증한 60%를 적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세율이자 38개국 평균(25%)의 2배다. 경제계는 기업 경영 과정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등을 납부했는데 상속 자산에 다시 최고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징벌적 수준의 이중과세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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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부과 기준을 '유산세'로 삼고 있어 실제 상속 재산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산세는 피상속인의 유산 전체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이어서 개개인이 실제로 취득한 재산에 대해 과세하는 '유산취득세'보다 세금이 더 많다. 과도한 세금 부담이 가중되고 세대교체를 거칠수록 보유 지분이 크게 줄어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경영계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60%에 달하는 상속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은 단순 계산상 지분을 100% 보유한 창업 1세가 2세에게 기업을 물려줄 때 2세의 지분은 40%만 남게 된다. 3세까지 승계하면 지분율이 16%로 줄어든다.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을 매각한 사례도 있다. 손톱깎이 세계 1위 기업인 쓰리세븐은 지난 2008년 창업주 김형규 회장 타계 후 유족들이 150억원의 상속세 부담으로 회사 경영권을 중외홀딩스에 매각했다. 밀폐용기 국내 1위 기업인 락앤락도 2017년 창업주 김준일 회장이 상속세 부담을 이유로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회사를 1조원에 팔았다.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부지기수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도 상속세 부담을 피해가지 못했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남긴 유산에 대한 상속세는 12조원에 달한다. 재원 마련을 위해 오너일가는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지분을 매각하고 있다. 최근에도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총 2조8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과세방식 전환·상속세율 완화 주장… 반대 의견 팽팽
재계는 유산취득세로의 전환과 최고세율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하상우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은 "유산취득세는 OECD 24개국 중 20개국이 채택한 과세 방식으로 조세원칙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다"며 "세율 역시 OECD 평균인 25%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도 "과도한 상속세율과 까다로운 가업 상속 지원 제도 요건이 가업 승계를 저해한다"며 "기업들이 세계를 무대로 글로벌 기업들과 동등한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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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과 시민단체는 상속세 개편이 부자 감세에 그칠 뿐이라며 개편에 반대한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월18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주식양도소득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에 이어 상속세 완화는 윤석열 정부의 '초부자 감세 시리즈' 마지막 퍼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시민단체도 상속세를 완화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상속세 총결정세액 중 자산가에 해당하는 '20억원 이하~최대치인 500억원 초과 구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99.3%였다. 특히 '500억원 초과' 구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총결정세액 중 77.3%였다.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면 사실상 소수 초고액 자산가만이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세율이 OECD 최고 수준이라는 경제계의 주장 역시 실상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2022년 기준 상증세 재산가액(과세미달 제외)은 135조4000억원 규모였지만 실제 징수 세액인 '결정세액'은 27조7000억원 수준이었다. 명목세율은 50%이지만 실효세율은 20.4%에 그친 것이다.
유산취득세 전환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경실련 관계자는 "응능부담의 원칙(세금을 내는 각 개인의 지불 능력에 따라 과세하는 원칙)상 상속인 중심으로 개별 과세하는 것은 일부 타당할 수 있지만 상속인이 많아지면 과세표준이 낮아져 세수 감소 우려가 있다"며 "납세 절차가 복잡해지고 세무행정비용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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