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김명원 기자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김명원 기자


정부가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다. 기본법으로 다양한 하위 법령과 판례에 적용될 수 있는 상법을 개정할 경우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재계의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일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 브리핑을 통해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명문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금융위가 공개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에 따르면 상장법인이 합병, 중요한 영업·자산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분할·분할합병을 할 때 이사회는 합병 등 목적, 기대 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공시하는 등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된다.


추후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사회 의견서 작성·공시를 포함한 주주 보호 노력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경영진 행동규범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당초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명문화를 위해 상법 개정안을 추진한다는 구상이었으나 상장사 2400여곳에만 적용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틀었다. 상법을 개정할 경우 비상장사를 포함해 120만개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경제계도 상법 개정을 반대해왔다.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시키는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국내 상장기업 153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의 61.3%가 제도가 도입되면 '주주대표소송과 배임죄 처벌 등이 확대될 것'을 우려했다.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M&A계획을 재검토하거나 철회하겠다는 응답도 52.9%에 달했다.

이번에 정부가 선택한 자본시장법 개정은 절차적으로 주주 보호를 위한 장치를 두는 것이다. 해당 절차적 조건을 충족하기만 하면 거래의 적법성이 확보되고 이사는 면책을 보장받는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그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이런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의도한 규제 효과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오늘 발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으로 시장 설득에 만전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투자자에 대해 정부의 취지,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시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이 상당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를 설명해 드리고 이해를 구해 나가겠다"며 "상법 개정이라는 것이 자본시장의 지속적인 발전 측면에서 우려되는 부작용,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다는 부분들을 투자자들께 설명해 드리면서 이해를 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