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 아닌 보수 중요"… 아파트 하자 분쟁에 법 개정 논의
'공동주택 관리를 위한 하자책임' 공동학술대회
이화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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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9 | 20: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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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아파트 하자 문제를 둘러싸고 시공사와 입주자간 분쟁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현행법상 시공사의 하자 보수 책임이 명시돼 있지만 최근에는 손해배상청구 등 소송이 반복되며 배상에 앞서 보수 우선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법조계의 의견이 제기됐다.
서울대 건설법센터는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공동주택 관리를 위한 하자책임'을 주제로 건설법학회, 법무법인 율촌과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하자 책임과 관련한 법리 해석과 손해배상제도 개선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건설법센터에 따르면 국내 주택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78%에 달한다. 그러나 하자 책임에 대한 법리 해석이 통일되지 않으면서 ▲담보책임의 성격과 책임 기간 ▲하자 보수 청구·기간 ▲손해배상 성격과 소 제기 방식 ▲손해배상금의 사용 등에 있어 논쟁이 지속됐다. 이에 판정 기준이 이원화되고 하자 소송이 증가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파생됐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가 처리한 공동주택 하자 분쟁은 2019년 3954건에서 2023년 4559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8월 처리한 사건은 3525건으로 평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최근에는 사전점검시 대행업체를 통한 하자점검은 물론 기획소송도 다수 제기됐다. 건설업계는 입주예정자가 내부 인테리어 하자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사전점검제도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어려움도 호소한다. 사전점검 대행업체가 무분별하게 성행하며 갈등과 소송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김종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송의 목적이 하자에 대한 책임 추궁인데 법적 성질을 계약의 완전이행(계약상 하자담보책임)으로 볼 것인지, 아파트의 유지와 관리를 목적으로 주어진 법정 책임(공법상 주어진 공동주택의 관리책임)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하자 책임의 청구권자와 기간·내용 등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동주택 하자 책임 문제는 소유자의 금전 손해를 전보하기 위한 것으로 좁게 해석하기보다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하자의 보수를 목표로 해석돼야 한다"며 "이사하면 하자가 방치되는데 아파트의 구조안전 등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문제를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는 것은 법 질서에 반하는 무지한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하자는 공법상 책임… 돈 아닌 안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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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하자 책임 법리 해석을 맡은 주동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하자 책임의 본질이 공법(公法)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하자 책임은 분양계약 또는 도급계약으로부터 발생한 계약상 책임이 아니라 공법 제도에 의해 사업주체와 시공자에 부과되는 공적 책임이라는 설명이다.
주 교수는 "사업주체에 공법 제도에 의한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기 위해 정당화할 수 있는 공익이 필요하다"며 "공익의 실현을 위한 책임 부과는 타당하지만 정당성에 대한 기본 원칙과 비용을 최적화하는 등의 한계도 있다"고 분석했다.
발표에 따르면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마련된 하자책임제도는 여러 입법 변화와 판례 형성 과정에서 종전의 '하자보수책임'이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책임'으로 변질됐다.
주 교수는 "공동주택 하자 관련 실무상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동주택관리법에 근거한 하자보수 우선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며 "다만 금전에 의한 배상이 허용될 수 있는 예외 영역을 설정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윤혜원 광주가정법원 판사는 "공법상 책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 공동주택관리법 내 민법상 책임(담보책임 등)을 암시하는 문구가 삭제돼야 하고 하자로 인한 벽지·가구 등 손상은 손해배상 책임이 분명한 문제로 공동주택관리법이 하자보수 외에 손해배상도 포괄해야 한다"고 짚었다.
윤 판사는 "가장 큰 문제는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이므로 해당 문장을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삭제하면 현재 법률안에서 하자보수 원칙 우선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건설업계 일각에서 이 같은 원칙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우려한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입주 전 보수 완료가 하자 문제 해결의 핵심인데 일부 사례에선 하자를 빌미로 시공 변경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금전 보상에 버금가는 추가 시공 등 과도한 요구도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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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