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 결과 HDC현대산업개발의 비정규직 비율이 90%를 초과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아파트단지 공사 현장. /사진=뉴스1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 결과 HDC현대산업개발의 비정규직 비율이 90%를 초과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아파트단지 공사 현장. /사진=뉴스1


대기업의 비정규직(계약직) 직원 비율이 지난해 가장 높은 수치라는 연구 결과가 나온 가운데 1만명 이상 대기업 중 건설업계 시공능력 10위 HDC현대산업개발의 비정규직 비율이 90%를 초과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비율이 80%를 넘는 1만명 이상 대기업은 14개사로 건설업체가 약 71.0%(10개사)를 차지했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해당 연구에서 소속 외 근로자가 포함돼 조사가 이뤄진 점이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만명 이상 대기업 68개사의 비정규직 인원은 약 77만명으로 전체의 46.2%를 차지했다.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율은 33.3%(55만명)로, 직접고용 비정규직 비율 12.9%(21만명)보다 높았다.

비정규직 비율이 80% 이상인 대기업 14개사 가운데 건설업종은 ▲HDC현대산업개발(92.8%) ▲현대건설(88.2%) ▲삼성물산(87.0%) ▲롯데건설(86.8%) ▲대우건설(84.1%) ▲한화(83.7%) ▲포스코이앤씨(83.6%) ▲현대엔지니어링(83.7%) ▲GS건설(81.9%) ▲삼성E&A(81.6%) ▲DL이앤씨(81.0%) 등이다.


해당 연구는 용역·도급·파견 등 간접고용 된 '소속 외 근로자'도 비정규직으로 포함했다. 연구소 측은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공시제 결과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분석한 결과라고 밝혔다. 2023년 공정위가 지정한 88개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3318개사)와 노동부가 공시한 88개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665개사)의 통계를 합산했다는 설명이다.

하도급업체 등 비정규직 인원이 포함돼 기업이 공시한 수치보다 많게 측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HDC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업계는 해당 조사가 공시상 수치와 차이가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HDC현대산업개발의 총직원 수(1905명) 대비 기간제근로자(833명) 비율은 43.0% 수준이다. 소속 외 근로자는 1만4690명이다. 연구소 조사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총 노동자 수는 1만4519명, 비정규직은 1만3476명으로 나타났다.

사업 효율성 위한 하도급 구조 비정규직 양산

건설업계는 높은 비정규직 비율에 대해 건설산업의 하도급 구조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에서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 /사진=뉴스1
건설업계는 높은 비정규직 비율에 대해 건설산업의 하도급 구조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에서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 /사진=뉴스1


고용형태공시제는 고용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2014년부터 시행됐다. 300인 이상 대기업이 직접고용 정규직·기간제·단시간 노동자와 파견·용역·도급 등 간접고용(소속 외) 노동자 사용 규모를 매년 공시하는 제도다.

노동부는 이번 연구에 대해 "소속 외 근로자를 모두 비정규직으로 포함했지만 소속 외 근로자 중 다른 사업주가 고용한 정규직도 있다"며 "이들을 모두 비정규직으로 간주하는 것은 부정확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소 측은 "노동부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파견·용역 외의 사내 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를 파악할 수 없다"며 "대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 규모를 과소집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반박했다.

건설업계는 해당 연구에서 건설업체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것에 대해 산업 구조의 특성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3000여명이 일하는 대형 건설현장을 기준으로 원청 직원은 관리직 100여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나머지는 30~50여개 하도급업체 직원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도급업체들도 직접고용이 아닌 인력사무소 등을 통해 간접고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업의 효율성을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노동구조에 대해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건설업의 경우 IMF(외환위기) 이후 수시 채용이 가능하도록 하청을 통한 고용구조가 형성됐다"며 "3단계 이상 하도급을 규제해도 현실에서 잘 작동하지 않고 있어 광범위한 비정규직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하도급이 심화되면 공사 품질의 하락은 물론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생긴다"며 "건설업 특성상 하도급이 일정 단계를 넘어가지 않도록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