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할 전망이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할 전망이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것이란 소식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하루 만에(현지시각 25일 기준) 2.29% 급락하는 등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종목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 대비 3.65달러(2.80%) 내린 126.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인텔(5.27%), AMD(3.84%), TSMC(1.19%) 등 반도체 관련 종목들도 일제히 낙폭을 확대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반도체 제재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제재 강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동맹을 통해 네덜란드 등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못 팔게 하는 것과 엔비디아의 AI(인공지능) 전용 칩 대중 수출을 제한하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당국의 허가 없이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엔비디아 반도체의 수량과 유형을 더욱 제한할 방침이다. 엔비디아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 비중이 높은 인텔 등도 타격을 입을 우려가 나오며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뉴스1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뉴스1


글로벌 반도체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하자 국내 반도체 종목도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한국 반도체 시장은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26일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는 1.05%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매출 30%가량을 중국 수출이 차지한다. 반면 중국으로 HBM을 거의 수출하지 않는 SK하이닉스는 이날 증시에서 1.25% 상승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심화할 우려가 지속되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을 대상으로 한 메모리 수출 비중은 2022년 45.2%에서 2023년 40.3%로 줄었다. 지난해는 31.7%로 축소됐다.

미국 내 생산 기지를 만들어 관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는데 38억7000만달러(약 5조5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400억달러(약 57조원)를 들여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련 관세는 반도체 사용 제품에 대한 직접 관세 실행과 함께 현재 무관세인 반도체 자체에도 관세를 크게 부과하는 방향일 수 있다"며 "반도체 자체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경우 반도체 후공정(OSAT) 업체들도 미국에 제조라인이 있어야 한다"며 "완제품도 미국에서 조립 생산할 때 관세 이슈가 해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이어지며 반도체 종목을 포함해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혜란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 예정인 반도체칩과 자동차,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은 단순 협박성이 아닌 실현 가능한 것"이라며 "3~4월 다양한 상호 관세 발표가 집중됨에 따라 증시 변동성은 계속해서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