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컨트롤타워·진화 인력 보강… 대형 산불 진화, 체계적 대응 필요
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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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31 | 18: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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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진되긴 했지만 최근 경남·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대형 산불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산불 진화에 대한 허점도 드러나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기존 산림 관리 정책이 산불에 취약하다는 비판과 부족한 인력으로 신속한 산불 진화가 어렵다는 지적 등이 나오고 있다.
기후재난연구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산림청의 산불 대책을 비판했다. 홍 교수는 "산림청의 숲 가꾸기 사업으로 산림 조성에 개입하면서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활엽수림이 줄고 소나무로 구성된 침엽수림이 조성됐다"고 전제하며 "활엽수림이 '물에 적신 종이'라면 침엽수림은 '기름에 적신 종이'라서 산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산불 진화 책임이 산림청에 집중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홍 교수는 "산불 진화 담당이 산림청이 아니라 소방청이었다면 피해가 훨씬 적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림청은 산불 진화 역량을 산으로만 집중하는데 실제 현장은 주변 온도가 섭씨 100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효과적인 진화가 어렵다"며 "차라리 소방청이 산불 진화 컨트롤타워를 맡는다면 인명피해는 훨씬 줄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림보호법 제38조에 따르면 산불현장의 통합지휘본부장은 소방청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국유림관리소장이다. 소방공무원 A씨는 "산불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갔을 때 규모가 작으면 직접 진화도 하지만, 산 하나를 태울 정도로 크게 확산하면 민가 방어로 작전을 변경한다"며 "대형 산불로 확대될 경우 주불은 산림청 진화대원이 잡고 소방 인력은 시설 방어에만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산불 대책으로 거론되는 '임도 증설'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교수는 "임도가 없어 진화가 오래 걸렸다는 울주 대운산의 경우 이미 산꼭대기까지 임도가 있었다"며 "임도와 산불 진화는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산불의 양상이 30번 고속도로를 타고 확산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일반적으로 산불은 부채꼴 모양으로 퍼지는 반면 이번 산불은 30번 고속도로를 타고 일자형으로 빠르게 확산했다"며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강풍이 장애물 없이 뚫린 고속도로를 통해 산불이 빠른 속도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산림청이 운영하는 산불 진화 인력도 문제로 지적된다. 산림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산불 진화 인력은 공중진화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산불전문예방진화대로 구분된다. 2023년 기준 산림청에 소속된 산불 진화 인력은 총 1만143명이다. 이중 임시직으로 운영되는 산불예방진화대는 9604명으로 전체의 94.6%다. 기간제가 아닌 정규직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2024년 기준 390명에 불과하다.
안현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강원도 산불방지센터를 방문해서 조사했을 당시에 산불 진화 인력은 2~3명 정도였다"며 "산불의 특성상 화재가 발생하면 업무량이 많지만, 평시에는 업무가 적기 때문에 상근 인력을 충원하는 게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산불예방진화대의 고령화도 개선이 시급하다. 산불예방진화대의 60세 이상은 6696명으로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산불 발생 시 초동 대응 역량에 체력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대형 산불처럼 기간이 길어질수록 산불 진화 인력의 체력소모가 극심해 산불 진화 작업 속도가 더뎌지는 문제도 나타났다. 지난 22일 경남 산청에서는 창녕군청 소속 60대 예방진화대원 3명과 인솔 공무원 한 명이 산불 진화 과정에서 고립돼 숨지기도 했다.
소방 공무원 A씨도 "산불은 초동 대응이 중요한데 지상 진화 인력의 고령화로 신속한 진화가 어렵다"며 "퇴직한 소방관이 소일거리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산림청은 항상 초동 대처가 늦는다. 여러 번 독촉해야 산불 진화 차량 1대가 현장에 온다"며 "초동 대응이 늦어지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산림 근처에 위치한 민가에 대한 안전 대책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 위원은 "국내 산불은 실화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충분히 사전에 막을 수 있다"며 "산림 인접 지역에 대한 안전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산림과 민가의 거리를 100m로 규정해 산불의 민가 확산을 막는다"며 "국내에도 최소 30m의 이격거리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불이 발생할 경우 평균적으로 불똥이 튀는 거리 만큼 산림과 민가의 거리를 확보하면 산불이 민가로 확산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안 위원은 "미국처럼 국토가 넓지 않아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이격거리를 설정하고 그 안에 화재에 강한 수종으로 내화수림대를 형성하거나 산불의 연료가 될 만한 낙엽 등을 치운다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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