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3차 한·일·중 경제통상장관회의에서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성 대신(왼쪽), 왕 원타오 중국 상무부 부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3차 한·일·중 경제통상장관회의에서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성 대신(왼쪽), 왕 원타오 중국 상무부 부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한중일 3국 경제통상 장관들이 6년 만에 한자리에 모여 자유무역질서 복원과 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다. 멈춰섰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다시 속도를 내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13차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를 열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성 대신,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참석했다. 서울에서 열리는 3국 회의는 10년 만, 전체 장관회의로는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3국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WTO를 중심으로 한 규칙 기반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다자무역 체제를 지지한다"며 "WTO가 현재의 무역 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협상, 심의, 분쟁해결 기능을 포함한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중일 FTA 협상 재개 의지도 확인됐다. 2012년부터 추진된 FTA 협상은 2019년 이후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5월 3국 정상회의에서 협상 재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실제 후속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이날 장관 회담에서는 "높은 수준의 한중일 FTA 추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는 문구가 성명에 포함됐다.

회의에선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 강화와 수출통제에 대한 정책 소통 확대, 디지털·녹색경제로의 전환 대응도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특히 중국이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규제를 무기화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협력적 관리 체계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묘한 입장차도 있었다. 왕원타오 부장은 회의에서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세계경제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미국의 관세 조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 측은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실제로 한중일 FTA에 대한 태도도 온도차가 있었다. 중국은 회의 전·후 연쇄 양자회담에서도 적극적 입장을 보였다. 왕 부장은 전날 안덕근 장관과의 한중 장관회담에서 "한중일 FTA 협상을 조속히 재개하고, 한중 FTA 2단계 협상도 가속화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회담 직후 발표 자료에서 관련 언급을 자제하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중 전략경쟁 국면에서 역내 경제 협력 강화를 '대안 외교'로 활용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국은 바이든 정부의 가치동맹 구도보다는 트럼프식 자국우선주의 속에서 경제적 여지가 더 크다고 판단하는 듯하다"며 "FTA 협력 확대도 같은 전략적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회의는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의 후속 조치 성격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중일 경제 협력 틀을 강화하는 데는 공감대가 있지만, 미국의 대중 견제 기조를 고려한 외교적 균형도 중요하다"며 "일본도 같은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