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 그룹 본사에서 열린 '한화에어로 미래 비전 설명회'에서 중장기 투자 계획  및 최근 유상증자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  /사진=뉴스1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 그룹 본사에서 열린 '한화에어로 미래 비전 설명회'에서 중장기 투자 계획 및 최근 유상증자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 /사진=뉴스1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 논란을 딛고 주가 반등에 성공하면서 '한화그룹 승계 이슈'마저 사실상 매듭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 계획이 주주가치 훼손 논란에 휘말리자 회사 측이 구조를 손질, 그룹이 오너 일가의 책임 참여를 명확히 하면서 시장 신뢰를 회복했다는 분석이다.


11일 코스피 시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일 대비 3만9000원(5.27%) 오른 77만9000원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가(78만1000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는 유상증자 발표 전인 지난달 20일 종가(72만2000원)를 넘은 수준으로 당시 60만원 초반까지 주저앉았던 주가가 한 달 만에 완전히 반등한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7% 넘게 빠진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역주행' 수준의 주가 흐름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0일 장 마감 후 총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지만, '승계를 위한 주주 희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며 강한 역풍을 맞았다. 특히 그룹 핵심 계열사인 한화에너지가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가 우회적으로 계열사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촉발됐다.


회사 측은 지난 8일 유상증자 구조를 전면 수정한 '미래 비전'을 내놓으며 반전을 꾀했다. 주주배정 유증 규모는 2조3000억원으로 줄이고, 나머지 1조3000억원은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파트너스·한화에너지싱가폴 등 세 계열사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대주주인 그룹사에는 신주를 시가에 배정하고 소액주주는 15% 할인 혜택을 제공해 형평성을 확보했다. 대주주가 실질적으로 자금 투입에 나서며 승계 관련 우려를 해소한 셈이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외국인은 지난 하루 동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724억원어치 사들이며 코스피 순매수 종목 중 1위에 올렸고, 시가총액은 35조원을 돌파하며 셀트리온을 제치고 코스피 6위에 등극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국내 증권사들도 일제히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시장 다각화'와 '실적 모멘텀'을 근거로 목표주가를 95만원으로 상향했고, JP모건은 "거버넌스 리스크를 줄인 유상증자"라고 평가하며 목표주가 90만원을 제시했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방산·조선 부문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투자 시점을 놓치지 않겠다는 회사의 절박함이 잘 드러났다"며 "유상증자 구조 변경이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