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5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이 다수 거주하는 도시인 카미슐리에서 열린 1999년부터 튀르키예에 수감돼 있는 쿠르드노동자당(PKK) 지도자 압둘라 외잘란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에서 한 시위자가 그의 초상화가 그려진 깃발을 흔들고 있다. 25.02.15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쿠르드족 분리를 주장하며 튀르키예 정부와 맞서 무장투쟁을 이어 온 쿠르드노동자당(PKK)이 47년 만에 조직 해체를 선언했다.


12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PKK는 이날 지도부 회의 후 성명을 통해 "PKK를 해체하고 무장투쟁을 종식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PKK의 투쟁은 우리 민족을 부정하고 말살하는 정책을 무너뜨렸다"며 "쿠르드 문제를 민주적 정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지점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이번 해체에는 PKK 공동 설립자로, 1999년부터 튀르키예 이스탄불 인근 섬에 장기 수감 중인 PKK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잘란은 지난 2월 PKK가 무장을 해제하고 스스로 해산할 것을 촉구했으며, PKK는 이를 받아들여 3월 초 휴전을 선언한 바 있다.


쿠르드족은 튀르키예, 시리아, 이라크, 이란에 거주하며 고유한 국가가 없는 세계 최대의 소수 민족이다. 대부분은 수니파 무슬림이다.

3000만 명의 쿠르드족이 이 지역에 거주하는데, 이 중 절반은 튀르키예에 터를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는 위 네 국가 중 쿠르드족이 자치 지역을 설립한 유일한 국가다.


PKK는 1978년 창설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로, 50년 가까이 분리 독립운동을 해왔다. 튀르키예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PKK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해 왔다. 튀르키예 정부는 지금까지 PKK의 테러로 약 4만 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PKK가 해체를 결정함에 따라 장기 집권을 노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의 임기는 2028년이지만, 중도 사퇴하면 출마가 가능하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는 전임자들이 하지 못했던 것을 해냈다고 주장할 수 있으며, PKK 해체는 쿠르드족의 지지를 확대할 수 있다"며 "많은 분석가는 그가 헌법 개정과 3선 연임을 위해 이를 노리고 있다고 추측한다"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고눌 톨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PKK가 해산을 선언하고 별다른 사고 없이 절차가 마무리된다면 에르도안에게 큰 승리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PKK의 발표를 환영하고 나섰다. 그는 "우리는 테러 없는 튀르키예를 향한 과정에서 또 다른 중요한 임계점을 넘었다"고 말했다.

PKK는 휴전 선언과 함께 오잘란의 석방을 요구한 바 있어, 이번 해체를 계기로 석방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