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4-2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 서울 SK 나이츠와 창원 LG 세이커스의 경기, 4쿼터 창원 LG 허일영이 3점슛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5.5.1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프로농구 창원 LG가 '이인자'의 설움을 씻고 왕좌에 올라 새로운 역사를 썼다.

조상현 감독이 이끄는 LG는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4-2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7차전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서울 SK에 62-58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4승 3패를 거둔 LG는 안방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997-98시즌 프로농구 무대에 뛰어든 LG가 처음으로 정상에 순 순간이었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LG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에 3연승을 거두더니 기세를 몰아 챔피언결정전에서도 SK를 잡고 정상에 섰다.


조상현 감독은 김승기, 전희철에 이어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모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한 세 번째 지도자가 됐다. 조 감독은 앞서 1999-00시즌 청주 SK 선수로, 2015-16시즌 고양 오리온 코치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바 있다.

그동안 LG는 프로농구의 일인자가 되지 못했다. 지난 시즌까지 정규리그 우승 1회, 2위 6회를 기록했지만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창단 후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오른 2000-01시즌에는 경험 부족을 드러내 수원 삼성에 1승 4패로 밀렸다.

어린이날인 5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4-2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 서울 SK 나이츠와 창원 LG 세이커스의 경기를 앞두고 창원 LG 조상현 감독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5.5.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2013-14시즌은 LG가 가장 우승에 근접했던 때였다. 데이본 제퍼슨과 문태종을 앞세운 LG는 40승 14패로 모비스와 동률을 이뤘지만 상대 전적에서 앞서 창단 후 유일한 정규리그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LG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 KT를 3연승으로 잡았고, 챔피언결정전 3차전까지 모비스에 2승 1패로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내리 세 판을 내주며 통합 우승 기회를 놓쳤다.

이후 LG가 챔피언결정전에 오르기까지는 11년의 세월이 걸렸다. LG는 2014-15시즌부터 2021-22시즌까지 여섯 차례나 봄 농구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2020-21시즌에는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라는 수모를 당했다.

LG는 2022-23시즌을 앞두고 국가대표 사령탑 출신의 조상현 감독을 선임, 체질 개선에 나섰다. 조 감독은 치밀한 경기 준비와 확실한 역할 분담 등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2025-26시즌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다만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는 한두 발짝이 모자랐다. LG는 2022-23시즌과 2023-24시즌 모두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으나 4강 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셨다.

LG는 2024-25시즌 대대적 변화를 꾀했다. 정희재와 이관희, 이재도, 이승우, 임동섭 등이 떠났고 전성현, 두경민, 최진수, 장민국 등을 영입했다. 또한 새로운 아시아 쿼터 선수 칼 타마요와 계약했다. 주축 선수 중 유기상과 아셈 마레이를 제외하면 모두 바뀐 것.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4-2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 서울 SK 나이츠와 창원 LG 세이커스의 경기, 2쿼터 창원 LG 아셈 마레이가 골밑슛을 하고 있다. 2025.5.1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위해 칼을 빼 들었는데, 시즌 초반에는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1라운드에서 3승 6패로 부진했고, 시즌 반환점을 돌아왔을 때도 14승 13패로 승률 5할을 간신히 넘었다.

그러나 마레이가 돌아오고 타마요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젊은 선수의 성장으로 팀도 탄탄해졌다.

LG는 4라운드 들어 8승 1패를 거두고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이후 현대모비스, KT와 치열한 경쟁을 펼친 끝에 2위로 4강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했다.

'리바운드 1위' 마레이가 골 밑에서 중심을 잡아줬고 지난 시즌 신인상을 받은 유기상과 '야전사령관' 양준석 등 젊은 피의 활약이 돋보였다.

3시즌 연속 정규리그 2위에 오르는 등 꾸준한 성적을 내는 팀이 됐지만 사령탑은 만족하지 않았다.

조 감독은 "난 두 시즌에는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하고도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르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4강 플레이오프를 넘어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철두철미하게 준비한 LG는 확실히 달라졌고, 짜임새 있는 농구로 징크스를 깼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조상현 감독의 '쌍둥이 동생' 조동현 감독이 지휘하는 현대모비스를 맞아 세 판 만에 웃었다.

11년 만에 오른 챔피언결정전에서도 LG는 기세를 높였다. 정규리그에서 SK에 1승 5패로 일방적으로 밀렸지만, 과거의 전적은 의미가 없었다.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4-2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 서울 SK 나이츠와 창원 LG 세이커스의 경기, 2쿼터 창원 LG 칼 타마요가 골밑슛을 하고 있다. 2025.5.1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변화무쌍한 전술과 타마요의 폭발적 득점력을 앞세운 LG는 1~3차전에서 모두 승리하며 우승 확률 100% 잡았다. 역대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1~3차전 승리 팀이 정상에 오르지 못한 적은 없었다.

LG가 정상으로 가는 길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역대 정규리그 최소 46경기 만에 우승한 SK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LG는 4~5차전에서 SK의 끈끈한 수비에 막혀 연달아 대패당하며 주춤했다. 안방으로 돌아와 치른 6차전에서도 50-47로 앞서다가 막판 치명적 턴오버로 승리를 놓쳤다.

분위기가 SK로 넘어갔고, LG는 사상 초유의 '리버스 스윕'(역싹쓸이) 제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

그래도 LG는 6차전에서 후반전부터 외곽포가 터지며 부진하던 경기력이 살아났다. 바른 트랜지션을 통해 SK의 수비를 허물 수 있다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그리고 적지에서 펼쳐진 끝장 승부에서 LG는 마지막 남은 힘을 모두 쏟아내며 극적으로 '4번째 승리'를 쟁취, 우승에 방점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