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갈등이 고조되며 국제 유가가 상승하자 에너지 관련주가 강세다. /사진=김은옥 기자(챗GPT)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국제 유가도 들썩인다. 지정학적 불안 심화에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주춤하는 가운데 정유주와 천연가스주 등 에너지 종목들은 급등하는 모양새다.


17일(이하 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 당 전 거래일 대비 3.02달러(4.28%) 오른 73.27달러에 거래를 종료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4.4% 상승한 76.45달러로 마감했다.

국제 유가는 지난 13일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갈등이 발발한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13일부터 현재까지 WTI는 7.67%, 브렌트유는 10.22% 올랐다.


현재 갈등 상황은 진정될 기미 없이 전면전이 거론되는 등 고조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미국도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지정학적 불안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무조건 항복(UNCONDITIONAL SURRENDER)"이라고 적었다. 별다른 설명은 없었으나 이란이 이스라엘과 미국에 맞서지 말고 항복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게시글에서 "우리는 소위 '최고 지도자'가 숨어 있는 곳을 정확히 알고 있지만 그곳은 안전하다"며 "그는 쉬운 목표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를 제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 업종 전반에 걸친 주가 상승세도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미국 증시에서 에너지주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17일 종가 기준 글로벌 정유업체 매러선페트롤리엄(MPC)은 전 거래일 대비 1.98% 오른 170.08달러에 거래를 종료했다. MPC는 지난 13일부터 현재까지 3.03% 올랐다.

발레로에너지(VLO)도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91% 오른 141.77에 장을 마쳤다. VLO도 13일부터 현재까지 6.19% 상승했다.

천연가스 관 기업인 EQT와 APA도 상승세다. EQT는 13일부터 현재까지 6.03%, APA는 4.16% 올랐다.
사진은 중동 갈등 발발 전후 주요 에너지 주 주가 흐름. /사진=김은옥 기자


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사들의 원유 정제 및 판매 마진이 확대돼 실적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 통상적으로 정제품(휘발유·경유 등)의 가격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이 수요 급감이 아닌 지정학적 리스크 등 공급 차질로 발생한 경우라면 실제 석유 소비는 줄지 않기 때문에 마진 확대 효과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에너지주는 경기나 지정학적 상황과 관련 없이 지속적으로 수요가 있는 부문이다. 이에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 헤지 및 경기 방어주 성격이 강하다. 중동 갈등과 같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국면에서는 안전자산 투자처로 주목받는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면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미국 증시는 국제 유가 상승에 연동해 에너지 업종만 상승세고 나머지 업종은 모두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이란의 원유 시설이 타격을 받거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을 방해하면서 보복할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며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로 중동 지역 정세불안이 재부각되며 국제유가가 급등했다"며 "당분간 유가는 중동 정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