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시장 점유율 1위인 테더와 써클 사이에서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챗 GPT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테더(USDT)가 규제 압박에 직면한 가운데, 2위 써클(USDC)은 신뢰성을 인정받으며 무서운 속도로 뒤를 쫓고 있다.


9일 글로벌 코인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기준 써클의 유통량은 1년간 약 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테더는 약 13%의 증가율에 그쳤다. 테더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점유율 약 62%, 써클은 약 24%를 기록하며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써클의 성장률이 테더를 뛰어넘으며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최근 미국 상원을 통과한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가 있다.


해당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은행에 준하는 수준으로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1대 1 안전자산 담보 ▲월별 회계 감사 ▲AML(자금세탁방지) 규정 준수 등을 의무화하는 조항이 담겼다.

이러한 요건은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안정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테더는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테더, 써클 비교 표. /사진=김은옥 기자


테더는 보유 자산에 미 국채 외에도 비트코인, 귀금속 등 변동성과 유동성이 높은 자산이 포함돼 있다. 이는 규제 당국이 요구하는 1대1 안전 자산 위주 담보 원칙과 충돌한다.


회계 투명성 측면에서도 테더는 꾸준한 비판을 받아왔다. 테더는 분기별로 준비금 보고서를 발표하고는 있지만 이는 제3의 감사기관이 아닌 자체 확인서에 가까운 수준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 공식 감독기관의 승인을 받은 전면적 회계 감사를 진행한 이력도 없다. 이에 따라 테더의 자산 구성이나 유동성 상황을 외부에서 명확히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이 리스크로 지적된다.


반면 써클은 보유 자산 대부분을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회계 감사도 공식 회계법인을 통해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 써클은 SEC로부터 '증권이 아님'을 확인 받으며 법적 지위도 확정됐다.

최근 발행사 써클은 미국 통화감독청(OCC)에 디지털 자산 은행 면허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를 배경으로 써클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 등 제도권 결제 채널에서 빠르게 채택률을 높여가고 있다. 반면 테더는 디파이(DeFi)와 글로벌 거래소 중심 구조에 기반을 두고 있어 제도권과는 비교적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EU(유럽연합)는 테더를 암호자산시장법(MiCA·미카) 승인 대상에서 제외한 상태다. MiCA에 따라 유럽 내에서 발행되거나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은 자국 내 법인을 통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명확한 보유 자산 구성 ▲유동성 확보 ▲소비자 보호 체계 ▲정기적인 공시 ▲자금세탁방지(AML) ▲테러자금조달 방지(CFT) 조치를 모두 갖춰야 한다. 그러나 유럽은행감독청(EBA)과 유럽증권시장국(ESMA)은 테더가 MiCA에서 요구하는 투명성 요건 및 유동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코인베이스, 크립토닷컴 등 EU 내 주요 거래소들은 테더의 상장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반면 써클은 유럽 경제 지역(EEA) 30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MiCA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프랑스 ACPR로부터 전자화폐기관(EMI)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등 EU 법체계 내 제도적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되며 규제 적합도와 신뢰도는 중요한 평가 지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제도권 금융과의 시너지를 중심으로 시장 구조 변화가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정부와 의회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정책을 본격 추진 중"이라며 "법제화 시 스테이블코인은 명확한 규제 기반 아래 핵심 결제 수단으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홍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와중에 테더에 대한 준비금 투명성 문제와 법적 구조의 취약성이 집중 조명되며 시장은 일부 조정을 받았다"며 " 시장은 정책 수용성을 기준으로 스테이블코인 옥석 가리기에 돌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