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영의 황선우(왼쪽)와 김영범2024.3.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진천=뉴스1) 안영준 기자 = "계영 800m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겠다."

계영 800m 막내 김영범(강원도청)의 모두를 놀라게 한 깜짝 발언은 그대로 한국 계영 대표팀의 2025 세계수영선수권 목표가 됐다.


한국 경영, 다이빙, 오픈워터 스위밍 대표팀은 8일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세계수영선수권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이번 세계수영선수권은 오는 15일부터 8월 3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대한수영연맹은 경영 22명, 다이빙 8명, 오픈워터 4명, 하이다이빙 1명의 국가대표를 파견한다.


주요 선수들이 각자 목표와 참가 소감을 밝힌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2006년생 계영 대표팀 막내 김영범은 마이크를 넘겨받자마자 세계신기록 수립이 목표라고 밝혔다.

수영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김영범(왼쪽부터), 김우민, 황선우ⓒ News1 안영준 기자


당찬 그의 발언에 함께 단상에 있던 황선우와 김우민(이상 강원도청) 등 계영 대표팀 선배는 물론 객석의 취재진과 대표팀 관계자까지 모두 술렁였다.


한국의 이 종목 역대 최고 기록은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세웠던 7분01초73으로, 2009년 미국이 수립했던 세계신기록 6분58초55와는 격차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막내는 거침없었다. 김영범은 "부담은 없다. 나만 잘하면, 우리 팀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세계신기록 하나만 보며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고 밝게 웃었다.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막내의 '세계기록 도전 선언'이었지만, 두 선배는 그 목표에 곧장 힘을 실었다.

수영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계영 대표팀 ⓒ News1 안영준 기자


김우민은 "많이 당황스럽기는 하다"면서도 "막내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서 좋다. 더 힘을 얻는 계기가 됐다. 세계신기록이 먼 이야기는 아니다. (김)영범이를 포함해 모두 자신감을 갖고 한다면 그런 기적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황선우 역시 "서로 경쟁하듯 연습하면서 모두가 실력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영범이는 최근 기세가 좋아 기록이 계속 나아지고 있다"며 막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러면서 "네 명 모두 각자 베스트 기록만 나와준다면 세계신기록이다. 그 정도로 실력은 올라왔다.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하고 열심히 뭉쳐서, 그 기록에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하엊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한국 계영 대표팀 2023.9.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실제로 한국 계영은 몇 년 새 기적을 쓰고 있다. 2023년 열렸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7분01초73의 한국신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 아시아 최정상에 올랐다.

이어 2024 도하 세계수영선수권에선 7분01초94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4명의 영자가 200m씩 나눠 맡는 계영 800m는 1~2명의 스타가 아닌 여러 선수가 고르게 잘해야 메달을 낼 수 있는 종목인데, 한국 수영이 세계선수권 최초로 계영에서 메달을 따낸 것이다.

그러니 막내가 말한 또 다른 기적이 꼭 먼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자신의 구간에서 1분43초대 기록을 낼 수 있는 황선우와 김우민이 건재하고, 이호준(제주시청)도 경험이 쌓였다. 여기에 신예 김영범까지 1분45초 내 기록을 내준다면 가능하다.

한국 계영 대표팀의 막내 김영범 2023.9.2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계영 대표팀은 새로운 목표, 새로운 기적을 이루기 위해 의기투합하고 있다.

김우민은 지구력이 장점인 자유형 1500m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선수지만, 이번 대회에선 스피드에 더 특화된 계영 800m를 위해 개인전 1500m 출전을 포기했다. 2024 호주 주니어 팬 퍼시픽 접영 100m 금메달리스트인 김영범도 접영은 출전하지 않고 단체전에만 집중한다.

황선우는 "개인 종목에서 메달을 땄을 때도 기뻤지만, 지난 도하 세계선수권에서 계영 메달을 딴 뒤 다 같이 시상대에 오르니 기분이 참 좋더라. 이번에도 욕심이 난다. 그래서 계영에 더 집중하게 된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합의되지 않았던 막내의 깜짝 발언은 그렇게 점점 '진짜 목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