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이어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전세금 보증 한도를 축소해 '126% 룰'을 적용한다. 사진은 서울 시내 빌라 밀집지역. /사진=뉴스1


#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가구주택 임대사업자 A씨는 오는 28일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전세보증 요건이 강화되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야 한다. A씨는 원룸 14가구를 세놓고 총 14억원의 보증금을 받은 상황. HF 새 기준을 적용 시 보증금과 선순위채권 합이 7억7000만원을 넘지 않아야 신규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A씨 보유 주택에 설정된 채권은 이미 13억8000만원 규모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오는 28일부터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전세보증 심사 강화 기준을 시행함에 따라 '전세 대란'이 우려된다. 정부 산하 양대 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이어 HF도 보증 한도를 축소해 전세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HF는 앞으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시 '126% 룰'을 적용한다. 전세금이 공시가격의 126%(공시가격 140%X담보인정비율 90%) 이내여야 보증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HF는 지난 4일 은행 재원 일반전세자금보증과 무주택 청년 특례전세자금보증의 신규 신청자에게 강화된 심사 기준을 안내했다. 이에 전세보증금과 선순위채권 등 전세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금의 합계가 주택가격의 90%를 초과하면 보증이 거절된다. 법인 임대인은 80% 초과 시 보증 가입이 불가하다.

기존에는 전세보증 시 임대차계약서와 세입자의 소득·신용 등이 기준이었다. 앞으로는 주택가격도 포함하는 것으로 변경된다. 이때 주택가격 산정 기준은 공시가격의 140%다. 은퇴 후 부동산 임대소득에 의지하는 비아파트(빌라·오피스텔) 임대인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아파트 공시가격 저평가… 실거래가 대비 40% 수준

임대업계는 HF의 전세대출마저 막히면 결국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사진=뉴시스


앞선 A씨 사례에서 보유 주택의 실거래가는 31억5000만원이다. 그러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6억1700만원에 불과하다. 126% 룰을 적용하면 보증금이 7억7700만원 이내여야 보증 가입이 가능하다. 대출금을 제외하고 보증금만 기준으로 기존 15억원에서 7억원 이상을 내려야 한다.


인근 관악구 봉천동의 한 다가구주택 원룸은 실거래가 10가구의 총액이 29억5000만원, 임대보증금이 10억원이다. 공시가격은 5억1400만원에 그친다. 변경 기준을 적용 시 보증금이 6억4700만원을 넘지 않아야만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위의 두 사례는 공시가격이 실거래가 대비 각각 30.0%, 40.1%에 불과하다. 관악구는 지난해 말 기준 서울에서 전세사기 피해 주택이 가장 많이 발생한 자치구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경감을 위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3년 동안 2020년 수준으로 유지, 실거래가 대비 낮은 상황이 지속됐다. 이에 변경 기준을 시행하면 역전세난(매매가 대비 전세금이 높은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신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증가할 위험도 커진다. HF 청년버팀목대출을 이용해 원룸 전세로 거주 중인 B씨(32)는 "다음 달 이사를 위해 집을 알아보던 중인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부동산과 은행에 연락해봐도 대출이 안 될 수 있다고 해서 걱정"이라고 전했다.

임대인들은 주택가격 산정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임대인연합 관계자는 "비아파트 공시가격이 저평가돼 있어 변경 기준을 적용하면 대출금이 안 나오고 월세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관악구 빌라는 HUG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HF 보증을 이용한 세입자가 80%"라고 토로했다. 그는 "관악·동작·영등포·구로·금천 등 서울 서남 5개 자치구의 1인가구 비율이 40%에 달해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