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컴텍이 공급하는 전차용 특수장갑(SAP)이 사용된 현대로템의 K2 전차. /사진=삼양컴텍


국내 방산소재 산업 맏형으로 꼽히는 삼양컴텍에 대한 투자시장 기대감이 꺾이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8월 코스닥 상장을 통해 K방산 핵심소재 기업으로 부상했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은 잊히고 있다.


삼양컴텍은 1962년 12월 22일 오리엔탈공업으로 설립돼 복합소재(FRP, 섬유 강화한 플라스틱)와 관련된 민수제품 사업을 영위하던 중 방위산업을 시작했다. 2004년 9월 오리엔탈코로 사명을 다시 바꿨고, 2006년 9월 제오빌더(현 제오홀딩스)에 인수되면서 현재의 삼양컴텍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방위산업은 자주국방의 핵심 축이자 첨단산업의 성장엔진"이라고 밝히며 R&D 예산 확대를 예고한 만큼 업계의 관심은 기술 내재화 기업으로 쏠리고 있다. 정부 차원의 기술 국산화·생태계 확충 정책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양컴텍도 수혜가 예상된다고 보는 이들이 있긴 하다.


시장에선 최근 주가 부진이 실적 확인 지연과 가치평가 부담이 원인이라고 본다. 세라믹 내재화로 수입 대체 효과가 기대되지만 실적 반영까지 시차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구미 신공장 완공은 내년 하반기 이후, 본격 가동은 2026년으로 예상된다. 소재기업 특성상 수주보다 납품 시점이 늦게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현재 실적만으로는 고평가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회사 측은 구미 신공장 투자와 관련해 "구미시·경상북도와 MOU를 체결했고 현재 부지 매입 및 용도변경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행정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증설은 세라믹 방탄판 생산라인 확대뿐 아니라 차세대 복합소재 전용 라인 구축도 포함된다.


투자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지난 8월 18일 상장한 삼양컴텍은 공모가(7700원) 대비 2배 넘게 오른 1만6000원대에서 주식이 거래됐고 9월 11일 장중 최고가인 2만265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하며 지난 4일 1만53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하락세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와도 맞물린다. 상장 직후 붙었던 공모주 프리미엄이 빠지며 외국인은 매도에 나섰고 기관의 매수세 역시 미약하다. 거래량이 줄며 개인 투자자만 남았다는 평가다. 온라인 종목토론방에는 "현재 주가가 공모가(7700원) 수준", "방산 테마에서 빠진 공모주"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업계에선 삼양컴텍이 방산소재 기술력을 산업단지 수준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탄판·복합소재 등 고난도 제품을 자체 개발하지만 완성체 공급망 내 존재감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내구성과 경량화를 모두 충족하는 소재를 상용화해야 해외 완성체 업체와의 협력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본다.

핵심 기술은 탄화규소(SiC) 기반의 세라믹 방탄 장갑이다. 2000년대 초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전차 장갑 국산화를 추진해 7년간의 배합 실험 끝에 독자 기술을 확보했다. 강철보다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세라믹을 고온·고압으로 압축해 만든 중(重)방탄 소재로 현재 K2 전차에 적용돼 폴란드·중동 수출에 기여하고 있다.

삼양컴텍 관계자는 "방탄소재의 경량화가 핵심 과제"라며 "드론 등 신형 무기체계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용 신소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양컴텍 최대주주는 지난 8월 18일 기준 지분율 24.10%인 제오홀딩스이며, 2대 주주는(지분율 19.77%) 삼양화학공업이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두 회사의 지분율은 각각 35.17%와 31.47%이었으나 낮아졌다. 제오홀딩스는 서울 서초구에서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곳이며 삼양화학공업은 경남 양산과 충북 영동에서 화공약품 및 의약품을 제조·판매한다.

두 회사 모두 대표이사는 박재준씨며 제오홀딩스가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 박재준→제오홀딩스→삼양컴텍으로 지배구조가 이어진다. 박재준 대표는 한영자 삼양화학공업 창업자 차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