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건강한 삶 위한 기술 산실"… 그린건축 이끈 현대건설 R&D 기지
[S리포트-건설 R&D 현장]⑤수면 케어·소음 저감 등 기술 업그레이드
거주 만으로도 인류의 많은 문제 해결하는 AI 아파트 시공 기술에 투자
최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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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 기술이 미래 건설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혁신 분야로 떠오른다. 정부가 AI 응용제품 상용화사업에 880억원을 지원하는 등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건설기업들도 연구개발(R&D)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건설 기술의 혁신은 현장 안전관리와 비용 절감, 그리고 공동주택(아파트) 품질 향상 등을 가능하게 해 서비스 제공 기업과 근로자, 소비자에게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에너지 사용량을 스스로 조절하고 거주자에게 수면 케어와 메디컬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공동주택(아파트)의 모습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주거 품질을 높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 저희의 최종 목표입니다." - 이병두 현대건설 기술연구원 건축주택연구팀장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현대건설 기술연구원의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센터'는 국내 건설업계의 연구개발(R&D) 선두이자 2014년 준공돼 글로벌 친환경 건축시장을 이끄는 산실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31일 오전 10시 바깥 기온이 10도 안팎까지 낮아져 쌀쌀한 중에도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센터 실내로 들어서자 포근한 공기가 느껴졌다.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은 에너지 사용량을 자동 조절해 최소 에너지로 건물 내부의 온도를 따뜻하게 만든다.
현대건설은 100여개 기술과 약 60건의 지적재산을 건물 전 생애주기(설계-시공-운영)에 적용해 제로에너지 건축물을 구현했다.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이, 지하에는 지열을 활용한 히트펌프 패키지가 설치돼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도 구축돼 있어 이들 시스템은 BEMS를 통해 통합 운영된다.
'스마트 BEMS' 에너지 효율 높였다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센터 근무자들은 리빙랩(Living Lab)의 개념으로 이곳에서 일과 생활을 영위한다. 이 팀장은 "동료들이 직접 생활하면서 어느 부분의 에너지 소비가 큰지 실시간 실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 내 에너지케어하우스에 들어서자 모니터 화면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실내 에너지 사용량과 효율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반복되는 연구를 거치고 인공지능(AI)이 결합되며 BEMS는 한층 더 정밀해지고 고도화됐다.
스마트 BEMS는 ▲데이터 수집·정규화 ▲부하·발전·외기(밖의 공기)·요금 예측 ▲냉난방·환기·조명·펌프 제어 ▲지속 커미셔닝·이상 탐지 ▲피드백 학습 총 5단계로 작동한다. 온도·조도·전력 사용량 등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날씨와 거주자 이용 패턴을 예측해 냉난방·조명·환기 설비를 자동 제어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설계 대비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실시간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학습해 제어 알고리즘도 지속해서 개선한다. 사람이 일일이 조작하지 않아도 건물이 스스로 학습해 효율을 높이는 구조다.
현대건설은 해당 기술을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총 886가구·2019년 입주)에 적용했다. 전기 51%·난방 43%의 절감 효과를 거뒀다. 이 팀장은 "주민 공동시설과 아파트 단지 전반으로 기술을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각종 케어시스템도 도입 예정이다. 이 팀장은 "최적의 수면 질을 보장하기 위해 온도, 습도, 조명, 환기를 자동 조절하는 수면 케어시스템을 연구 중"이라며 "현재 일부 게스트하우스에 시범 적용하고 고객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메디컬 케어와 운동 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소재·바닥 신기술로 '층간소음 저감 1등급' 인증 획득
새로 이동한 H 사일런트 랩(H Silent Lab)은 수년째 사회 문제가 된 아파트 층간소음의 저감 기술을 연구·실증하는 공간이다. 기술의 기초 연구부터 실증과 적용까지 한곳에서 이뤄지는 통합 연구시스템을 갖췄다. 폴리에스터와 폴리우레탄을 결합한 완충재 복합소재와 적층 바닥시스템을 이용해 층간소음을 줄이려는 연구진들의 고민과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실험시설에서는 층간소음 저감의 성능을 체감해볼 수 있었다. H 사일런트 홈의 완충재와 기존 완충재 위에 물컵을 각각 올려놓고 진동을 일으키자, 기존 완충재의 물컵은 격하게 흔들린 반면 H 사일런트 홈 완충재 위의 물컵은 잔잔한 물결만 일었다.
현대건설은 지난 9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품질시험인정센터의 바닥충격음 성능등급평가에서 중량충격음 32dB(데시벨), 경량충격음 25dB로 1등급 인증을 획득했다.
이 팀장은 "건물을 짓고 끝내는 게 아니라 사후에도 새집처럼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다"며 "층간소음 저감 기술의 고도화뿐 아니라 지진 등 충격파도 견디는 면진제어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증-적용-개선을 반복해 기술을 고도화하고 사후확인제도(성능검증제도) 대응형 솔루션을 구축해 아파트 주거 품질을 지속해서 높일 수 있도록 연구개발 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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