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7일 경북 봉화군 소재 영풍 석포제련소를 방문해 아연 생산 공정과 환경관리 현황 설명을 듣고 있는 김성환 환경부 장관 /사진=뉴스1


법원이 박영민 전 영풍 대표이사와 배상윤 전 석포제련소장의 '비소 중독 4명 사상'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1심에서 유죄를 선고했다. 2023년 12월6일 영풍 석포제련소 내 유해물질 밀폐설비 등 안전조치 미비로 협력업체 근로자 4명이 맹독성 비소 가스에 노출된 혐의다.


지난 4일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제2형사단독 이승운 부장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표이사와 배 전 소장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며 유죄를 인정했다.

영풍 법인에는 벌금 2억원·석포전력주식회사에는 벌금 5000만원이 선고됐다. 법원이 회사와 관리자 모두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영풍 석포제련소 관계자 8명에게도 각각 징역 6개월~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법령에 따라 안전보건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유해물질 점검을 시행했다면 필요한 조치가 이뤄졌을 것이며, 평소 반복적으로 지적됐던 방독마스크 착용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박 전 대표의 의무 위반과 이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발생 후 통제 계획에 따른 제한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고 근로자들에게 방독마스크가 아닌 방진마스크를 착용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어 피고인들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사고 이전 거대한 사업장에서 사고 예방을 위한 환경 개선 노력을 해왔고 과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일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작업들이 중첩돼 위험성을 명확히 인식하기 어려웠던 점, 이 사고를 계기로 재발 방지 노력을 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비소 중독으로 협력업체 60대 노동자 A씨가 숨졌다. 사망 당시 A씨 몸에서는 치사량(0.3ppm)의 6배가 넘는 2ppm의 비소가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인은 제련 과정 중 누출된 삼수소화비소, 이른바 '아르신 가스'였다. 다른 3명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석포제련소의 비소 중독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에도 같은 이유로 여러 근로자가 비소 중독 사고를 겪었다.

이번 정기 국감에서도 영풍의 하청 근로자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3월 석포제련소 제1공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와 같은 해 8월 하청 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숨진 사건을 언급하며 회사 측이 유가족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