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표절' 꼬리표 못 떼고… 크래프톤, '어비스 오브 던전' 접었다
[비즈S+]다크앤다커 모바일 그늘에 짓눌려… 넥슨과 법적 분쟁 리스크 가중에 IP 흥행 실패까지
양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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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어비스 오브 던전'를 접기로 했다. 출시 전부터 IP 표절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다 유저들의 외면까지 받으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되는 IP를 이어가면서도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크래프톤의 책임 회피·리스크 관리 부재를 둘러싼 비난도 고개를 든다.
어비스 오브 던전 개발팀은 지난 21일 공지에서 "어비스 오브 던전은 오는 26일 예정된 '혼돈을 다스리는 자' 업데이트 이후 2026년 1월21일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지난 2월5일부터 9월30일 사이 구매한 미사용 플래티넘 코인 그리고 10월1일 이후 진행된 모든 유료 상품 구매분에 대해 환불을 진행한다. 신청은 서비스 종료일인 2026년 1월21일부터 가능하다.
개발팀은 "게임의 현재 상태와 장기적인 운영, 글로벌 출시 가능성 등을 신중히 검토한 결과 이용자 여러분께 만족스러운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글로벌 출시를 기다려주신 모든 이용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부연했다.
해당 게임은 AOD는 중세 다크 판타지 세계관 기반의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을 표방했으며 전신은 '다크 앤 다커 모바일'이다. 크래프톤이 2023년 8월 다크앤다커 IP(지식재산권)를 갖고 있던 아이언메이스와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모바일 버전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해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3'에서도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자사 부스의 메인 콘텐츠로 홍보했다. 문제는 IP 자체가 이미 법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는 점이다.
다크 앤 다커는 넥슨의 미공개 프로젝트(P3)의 개발 자료를 도용했다는 의혹으로 넥슨과 아이언메이스가 법적으로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올해 2월 서울중앙지법은 저작권 침해는 아니지만 영업비밀 침해는 맞다며 아이언메이스에 8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해당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크래프톤이 다크앤다커를 모바일로 확장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게임업계에선 리스크를 무시한 도박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넥슨과의 소송전이 길어지고 아이언메이스의 법적 부담이 커지자 크래프톤은 전략을 선회했다. 아이언메이스와 라이선스를 정리한 뒤 게임명을 '어비스 오브 던전'으로 급히 변경해 출시를 밀어붙였다. 비판에 대한 뚜렷한 입장 표명 없이 조용히 거리를 두는 방식을 택했다.
그럼에도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전히 다크앤다커 모바일로 인식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표절 IP 리스크'는 계속해서 어비스 오브 던전을 짓눌렀다.
1심에서 인정된 영업비밀 침해는 크래프톤에겐 뇌관이었다. 아이언메이스와 관계가 없다고 해도 법적인 리스크가 언제 확대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콘텐츠 경쟁력도 흔들렸다. 초반에는 반짝했을 뿐 이용자들에게 외면 받으면서 세계 시장 공략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크래프톤이 국내 대표 게임사로서 책임 있는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법적 위험성이 분명한 IP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상황이 나빠지자 조용히 발을 빼는 방식으로 대응한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형 게임사가 업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신중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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