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령'에 미소 짓는 항공업계, 반사이익 노린다
일본 대체 여행지로 한국 선호… 국내 항공사, 최근 중국 노선 이용객 증가세
김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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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갈등 격화로 중국 항공사들이 일본행 노선 운항을 대거 중단하면서 국내 항공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의 대체 관광지로 한국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운임 단가가 높은 중국 노선 특성상 항공사들의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중국 항공사들은 12월 운항 예정이던 일본행 노선 5548편 중 904편의 운항을 중단했다. 전체의 16% 수준으로 지난 25일 268편에서 이틀 만에 세 배 이상 늘었다. 운항 중단 노선은 72개, 좌석 수는 총 15만6000석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자국민의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을 내렸다. 항공사에는 일본 노선 축소를 내년 3월까지 연장할 것을 지시해 일본 여행 취소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인들의 관광 수요가 한국으로 쏠리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5~16일 중국 여행 플랫폼 '취날'에서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여행지로 선정됐다. 같은 기간 한국행 항공권 결제 건수도 1위를 기록했다.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 직후인 지난 10월 한·중 노선 여객 수는 153만8109명으로 전년 동기(125만6392명) 대비 22.4% 증가했다.
현재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노선은 대형 항공사가 선점하고 있다. LCC 관계자는 "중국은 운수권을 배정받아야 슬롯을 확보할 수 있는데 그 절차가 까다로워 대형항공사 비중이 높다"며 "한일령에 더해 한국인 대상 무비자 조치가 내년 말로 연장되면서 흐름이 긍정적인 만큼 신규 취항이나 증편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0월 주당 194회였던 중국 노선을 올해 10월부터 203회로 확대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3월부터 중국 노선을 약 19% 증편해 주당 164회를 운항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국내 LCC 중 가장 많은 중국 노선(8개)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1월 제주항공의 중국 노선 탑승객은 3만9200여명으로 전년 동기(1만7800여명)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고환율 기조로 국내 항공사들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한 상태다. 대한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고, 아시아나항공도 175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제주항공·티웨이항공 등 LCC들도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노선은 거리 대비 운임 단가가 높아 항공사 수익 개선에 유리하다. 한국항공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무비자 입국 시행 직후인 지난 10월 인천–중국 노선 여객 증가율(25.4%)이 운항 증가율(7.2%)을 크게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공급을 넘어선 수요 덕분에 항공사들이 높은 탑승률과 유리한 운임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한일령으로 단기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경우 운임 인상 등을 통한 수익성 제고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중국인 관광객들의 경우 자국 항공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외항사 수요를 얼마나 끌어올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노선 이용객이 전년 대비 크게 늘며 분위기가 좋은 상황"이라며 "단기 호재로 그치지 않으려면 중국 외항사 수요를 어느 정도 흡수해야 한다"고 했다. "서비스 강화나 패키지 연계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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