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B737-8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따른 국제선 재배분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가 '알짜 노선' 자카르타를 두고 정면 대결에 나섰다. 현재 국토부 재배분 심사에 LCC들의 신청이 몰린 가운데 심사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이행감독위원회(이감위)는 이달 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회수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노선 재배분 결과를 발표한다.

자카르타 노선은 동남아 중에서도 비즈니스 수요가 풍부하고 교포·관광 수요가 고르게 분포된 시장이다. 운수권 없이 정기편을 띄울 수 없는 비자유화 노선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LCC 중에서도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이 적극적으로 신규 취항 의지를 보이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공정위는 심사 과정에서 서비스 안정성·운항 인프라·재무지표·노선 확장 계획 등을 종합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운항 역량을 살펴보면 제주항공은 지난해 기준 B737-800·737-8 등 40여 대의 기단을 갖추고 있어 안정적 운항 기반을 확보했다. 연간 국제선 탑승객만 855만명에 달한다.


이스타항공은 국제선 운항이 연간 60여 편 수준에 머무르며 기단 확장 단계에 있다. 기단 규모는 ▲정비 일정 조율 ▲운항 여유도 ▲대체기 편성 능력 등 안전성과 직결되는 요소로 항공당국이 재배분 심사에서 '운항 안정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이유다.

공급석만 보면 대형기를 운영하는 티웨이항공이 유리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장거리 노선 중심의 편성 탓에 중거리 신규 노선에 투입할 여력이 크지 않다. 티웨이항공은 ▲A330-300(347석) 5대 ▲A330-200(256석) 6대 ▲B777-300ER(294석) 2대 등 총 13대의 대형기를 보유하고 있으나 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자그레브 등 유럽 노선과 시드니·벤쿠버·타슈켄트까지 총 8개 장거리 노선에 고정배치돼 있다.


B737-8 항공기. /사진=티웨이항공


운항 기반뿐 아니라 재무 체력에서도 3사 간 격차가 나타난다. 제주항공의 총자산은 2조2021억원으로 집계됐다. 티웨이항공은 1조7824억원, 이스타항공은 1994억원이다. 부채 비율을 살펴보면 제주항공은 695%인 반면 티웨이항공은 4457%다. 이스타항공은 자본총계가 –14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여서 부채비율 자체가 산출되지 않는다.

제주항공은 1859억원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티웨이항공(586억원)과 이스타항공(342억원)을 앞선다. 항공사는 유가·환율·정비 등 외부 변동성이 큰 산업인 만큼 현금 내구성이 운항 안전성과 직결되는데 이 부분에서 제주항공이 상대적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은 단기 적자를 기록했지만 산업 내 표준적인 리스부채 구조, 상대적으로 다양한 수익 포트폴리오 그리고 모회사 AK홀딩스의 지원 기반을 갖추고 있어 장기적인 운항 안정성이 담보된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회생 이후 사업 재편 과정에서 선수금 비중이 높다는 점이 또 다른 부담 요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스타항공 부채총계 2143억원 중 8136억원이 선수금으로 잡혀 있다. 예매금이 향후 운항과 정비 비용으로 반영될 때 자금 부담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이후에는 통합 항공사를 견제할 수 있는 경쟁력과 재무구조를 갖춘 항공사에 노선이 배분돼야 한다"며 "미주·유럽 노선을 이미 배분받은 업체들은 우선순위에서 제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무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이 낮은 사업자가 노선을 확보할 경우 시장 혼란과 소비자 편익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