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11월 '2025 LA 오토쇼'에서 신형 텔루라이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장 부사장의 모습. /사진=기아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차(HEV)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지난 10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폐지된 데다 완성차 업체들의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가 이어지며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HEV 판매 확대에 힘입어 올해 미국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9월30일부터 전기차 신차 구매 시 제공하던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를 종료했다. 중고 전기차 구매 시 대당 4000달러(약 540만원)의 세액공제도 폐지되면서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부담이 커졌고 수요는 즉각 위축됐다.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7만4835대로 전년 동월 대비 30% 감소했다. 지난달에도 판매량이 42%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9월 8408대를 판매했던 아이오닉 5의 판매량이 10월 1642대, 11월 2027대로 급감했다.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자 현대차·기아는 HEV 판매 확대에 집중했다. 올해 1~11월 미국에서 양사의 HEV 판매량은 29만3512대로 전년 동기 대비 48.3% 급증했다. 현대차는 16만6180대로 36.7% 늘었고 기아는 12만7332대로 66.6% 증가했다. 지난 11월에는 합산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48.9% 증가한 3만6172대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팰리세이드·투싼·싼타페 등 인기 SUV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기아는 내년 북미 전용 모델인 텔루라이드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해 상승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제네시스도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추가해 미국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미국 현지 생산도 본격화한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미국 생산 거점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는 전기차만 생산하고 있지만 하이브리드 수요 확대에 따라 내년부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을 함께 생산하는 혼류 생산 체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현지 생산 모델로는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등이 거론된다.

현대차는 지난 10월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미국 현지 생산 가능성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 현지 생산 비중을 단계적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