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도 우려한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오염…'주주가치' 명분 균열
지난 15일 고려아연 이사회서 발언 파장 커져
지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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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과 손잡고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선 MBK파트너스 측이 연합을 결정하기 전부터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며 그간 내세워 온 명분이 무색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 이사회에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 심각성을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을 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제련소 건설과 관련한 토론 과정에서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폰드 케이크"라며 "석포제련소에서 제련을 하면 앞마당에 찌꺼기가 남는데 이를 폰드 케이크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이어 "폰드 케이크라고 부르는 찌꺼기가 몇십 년간 쌓여 있고 이를 제때 반출하지 못해 비가 오면 누출수가 발생하면서 토양이 오염되고 그로 인해 환경오염 문제가 생긴다"며 영풍 석포제련소의 현 상황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폰드 케이크에 대해 "잘 관리하면 자산이 될 수 있지만 관리가 잘못되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다"고도 언급했다. 처리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심각성까지 알고 있었다는 것이 당시 회의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김 부회장은 또 영풍 석포제련소에 쌓여 있는 제련 찌꺼기를 거론하며 "찌꺼기가 지금 몇십 년간 쌓여 있는 상태이고 이를 빨리 빼내지 못해 비가 오면 누출수가 발생해 토양이 오염되고 환경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모든 제련소는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폰드장에 보관해 처리한다. 고려아연은 이 폰드장에서 구리와 게르마늄·갈륨·인듐 등 핵심 광물을 추가로 회수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영풍 석포제련소는 폰드장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제련 부산물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지난 2021년 석포제련소의 제련 잔재물이 낙동강으로 유출돼 인근 지하수와 낙동강이 중금속에 오염된 정황이 있다며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지난 10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영풍 석포제련소의 잦은 환경법 위반과 폐기물 야적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고 일부 위원들은 영풍의 실질적 소유주로 지목된 장형진 고문이 제련소 폐쇄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석포제련소 주민대책위원회와 낙동강 상류 환경피해 주민대책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17일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범죄의 핵심 책임자로 지목된 장형진 고문에 대해 경찰이 출석 요구조차 하지 않은 채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며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심의를 신청하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재수사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편 논란이 된 고려아연 임시 이사회에는 강성두 영풍 사장과 장 고문도 참석했다. 김 부회장은 영풍 측 인사들을 의식한 듯 "영풍 분들이 계셔서 송구하다"면서도 "영풍 석포제련소가 어려운 이유는 낙동강 바로 옆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장 고문을 비롯한 영풍 측 인사들은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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