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만난 이다정씨(가명·36)는 IT 회사에 재직 중인 워킹맘이다. 퇴근 후 피곤이 역력한 기색에도 불구하고 두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는 이씨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폈다. 다자녀 가정에서 자라 대가족을 이루는 것이 꿈이었던 이씨는 이제 아이 둘을 가진 '슈퍼 워킹맘'이 됐다. 육아와 회사에 치여 정신없는 일상이지만 그는 자신이 매우 '운이 좋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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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돌봄서비스는 0.02%의 혜택… '돌봄 공백'에 입학이 두려운 학부모들 ━
이씨가 거주하는 강서구에는 48개의 사립과 국공립 유치원이 있다. 영육아보건법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 또는 상시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을 고용한 사업장(전체의 0.02% 수준)은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인근 보육 시설과 위탁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나머지 99.98%에 해당하는 사업체에 재직하는 직장인들은 회사로부터 육아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씨는 "사실 진짜 문제는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서부터"라며 "지금까지는 일터 바로 근처에 아이가 있다 보니 등·하원이나 비는 시간에 문제가 크게 없었지만 초등학교는 그렇지 않아 소위 말하는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학원에라도 있으면 안심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 돌봄 공백은 더욱 심화한다. 초등학교의 정규 수업 시간이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 끝나는 탓이다. 맞벌이 부모들은 퇴근 시간까지 아이를 맡길 곳을 찾아 헤맨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의 돌봄교실 수용률은 평균 60%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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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낳을수록 손해보는 '가족세'… 보다 현실적인 출산 인센티브 필요해 ━
맞벌이 부부는 자녀 공제를 한 명만 받을 수 있어 공제 폭이 제한된다. 소득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양육비나 의료비 등 추가 공제도 배제된다. 결과적으로 소득이 높고 자녀도 많은 가정은 오히려 세금 부담을 더 지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처럼 가족을 구성하고 양육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을 세제가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이 바로 '가족세' 문제다.
현행 세법상 자녀 수에 따른 세액공제는 매우 제한적이다. 자녀 1명당 공제액은 15만원, 두 자녀는 35만원, 세 자녀부터는 초과 1명당 30만원이 추가된다. 자녀를 세 명 낳아도 공제액이 최대 65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 양육비가 수천만 원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공제 효과는 체감되지 않는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선례 국가들에서는 자녀 수에 따라 세율을 낮추거나 부부 공동과세를 통해 실질 세 부담을 조정하는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가족 수를 반영한 세금 구조나 출산·양육의 경제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제도가 부족해 아쉽다는 의견이 많다.
이씨는 제21대 대통령이 선출되면 막연한 출산 장려를 넘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가족이 손해 보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야 우리 가족의 행복이니 나라에 너무 많은 걸 바랄 수는 없겠지만 아이를 낳는다는 게 참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라며 "가족을 이루는 걸 꿈꾸는 사람들이 '포기할 용기'를 낼 수 있게 나라에서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결혼하기 전이나 후나 긴 시간 동안 딱히 체감되는 가족 정책이 안 나오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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