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류승희 기자
사진=류승희 기자

불황에 '불티'… '불꽃 라이벌'
브랜드 가구시장 양분… 자존심 건 차별화 전략 대결

불황이 반가운 기업?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와중에도 브랜드 가구시장을 대변하는 한샘과 리바트는 오히려 매출이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통적으로 가구시장은 브랜드가구보다는 마석, 의왕, 일산 등지에 위치한 대형가구단지에서의 수요가 더 높았다. 하지만 불황 속에서 소비심리의 축은 보다 안정되고 견고한 브랜드가구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업계의 관심사가 누가 가구시장을 호령할 것인지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한샘은 직매장 대형화, 온라인 전용 가구 출시 등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며 업계 1위를 수성하고 있고, 2위 리바트는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이후 예상 외의 실적을 거두며 유례 없는 매출 호조를 기록 중이다.

맞수로 비교하기에 양사의 매출액 차이는 여전히 크다. 한샘은 올해 매출액 9077억원 , 영업이익 709억원을 예상하고 있고(2012년 매출액 7336억원, 영업이익 420억원), 리바트는 한샘의 3분의 2 수준인 매출액 5675억원, 영업이익 177억원(2012년 매출액 4852억원, 영업이익 29억원)을 올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리바트는 지난해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된 이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올해 5월 김화응 대표 취임 이후 한샘이 입지를 굳건히 다져온 가정용 가구와 부엌용 가구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선언하며 가정용 가구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양사의 달라진 판매전략도 눈에 띈다. 한샘이 내실을 기하며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는 사이 리바트는 프리미엄 가구시장에 새롭게 발을 들이고 있다.

◆ 한샘, 사업 확대보다 내실 다진다

가정용 가구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샘은 최근 영업력 확장보다는 서비스를 확충하며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고 있다. 영업사원과 시공기사의 서비스 질을 높이고 있는 것.

한샘의 직영 플래그숍에는 '스페이스 코디네이터'(SC)가 상주한다. 어떤 제품을 고를지 망설이는 고객을 위해 최적의 상품을 제안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붙박이 장롱을 사려는 고객이 크기를 얼마로 할지, 내부 수납은 어떻게 할지 몰라 계약을 망설이고 있다면 SC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SC는 직접 아파트 도면을 뽑아 이를 토대로 가구의 크기를 정하고, 가진 옷의 종류에 따라 붙박이장을 설계해 전문적인 안내를 해준다.

한샘 관계자는 "이케아의 경우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고객이 쇼핑을 하고 계산할 때까지 만나는 직원은 캐셔 밖에 없어 고객이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며 "한샘의 직영 플래그숍에서는 SC가 고객을 응대해 고객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서비스를 보고 재구매하는 고객이 많으며,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샘은 가구업계의 달라진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매장을 대형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구를 직접 보고 사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100평짜리 상품진열과 300평짜리 상품진열은 제품 진열과 공간 꾸미는 법 등에서 차이가 많기 때문에 매장 크기를 넓힘으로써 다양한 상품을 고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한샘은 최근 50평형대 이상의 부엌을 타킷으로 삼던 '키친바흐'를 10평형 정도 낮춘 40평형대도 새롭게 출시했다. 콧대 높은 한샘의 부엌가구가 대중화 전략으로 갈아 탄 것으로 풀이된다.

한샘 관계자는 "고급 주택의 큰 평형대만 겨냥하다 보니 고객의 타깃 층이 줄어들었다"며 "40평형만 돼도 저렴한 부엌가구는 만족해하지 않는 고객들이 많아 이들도 프리미엄 부엌가구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샘의 가격 경쟁력도 타 업체가 넘보지 못하는 요인이다. 업계 1위를 수성하며 다진 규모의 경제 효과 덕에 지속적인 가격 인하가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불황에 웃는 한샘vs리바트, 승자는?

◆ 리바트, 간판 고치고 한샘 추격

그동안 '한샘 따라잡기'에 고군분투한 리바트는 백화점 진출로 프리미엄 전략을 꾀하고 있다. 이는 현대백화점 그룹에 편입된 이후 가시화되고 있는 성과다.

현재 리바트는 현대백화점을 비롯해 롯데·NC백화점 등 11개 매장에 진출한 상황. '중저가 가구'로 대변되는 리바트가 백화점에 진출함에 따라 소비자의 시각도 바뀔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남성현 흥국증권 연구원은 "직영점을 확충하고 부엌가구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한샘과 동일한 행보는 시설 투자 비용만 가중된다"며 "백화점 진출은 고객에게 프리미엄 가구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 연구원은 "리바트는 '백화점 입점 브랜드'라는 로열티에 힘입어 브랜드 고급화 전략을 꾀할 수 있다"며 "직영매장과 더불어 소비자의 소득 수준에 맞춘 브랜드 다변화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리바트는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된 이후 범 현대가의 물량을 소화하는 등 천군만마를 얻었다. 특히 '현대리바트'로 영업했을 경우 고객의 충성도와 신뢰도도 굳건해 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리바트는 자연스럽게 특판용 가구(건설업체의 신규주택에 납품되는 가구) 시장에서 점차 가정용 가구시장으로 비중을 키우고 있다. 리바트는 특판용 가구가 32.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이 낮은 결과를 초래했다. 특판용 가구는 시장에서 가장 마진율이 낮기 때문이다. 이는 실적으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해 4852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영업이익은 29억원에 불과했다.

리바트 관계자는 "앞으로 리바트 내에서 특판용 가구와 같은 B2B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가정용 가구와 같은 B2C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지난해부터 백화점에 진출하고 있고 대형직매장도 확충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미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2013년 2분기 실적에도 가정용 가구부문이 30% 증가한 만큼 가정용 가구의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