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이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독자적인 핵심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주방 기기 전문 기업 (주)세원시스첸은 내년이면 창립 25주년이 되는 중견 기업이다. 장기간 동안 외식 시장에서 필요한 제품을 개발해왔다. 업계와 국경을 넘어 세원시스첸이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특화된 기술력을 다져왔기 때문이다.

◇ 1차원적 단순 생산 넘어 기술 개발 기업으로 도약

세원시스첸은 1990년 주방 기물 제작 업체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육수통 등 주방기물을 생산하는 업체였다. 제품 유통을 하면서 외식업계 업주를 만날 기회가 많았고 그들의 현실적인 니즈를 파악할 수 있었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제공=월간 외식경영

김원규 대표는 기존 주방 기기의 성능을 향상시켜 효율적으로 주방 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또 한국 시장 내 유통되는 주방 기계는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많아 한식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사용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있다. 김 대표는 이 부분에 중점을 둬 기계를 연구했다.

외식 업주의 니즈를 실질적으로 녹여낸 제품을 선보이니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사람도 많았다. 고성능 제품이여서 의문을 품었던 것이다. 지속적인 연구, 개발로 독자적인 제품군을 형성한 세원시스첸의 경쟁력은 일본에서도 통했다. 

일본은 외식업이 한국보다 발전돼 있어 다양한 주방 기계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그런 시장을 상대로 1998년 고구마구이기 ‘쎄로븐Ceroven’의 일본 수출 판로를 마련했다. 현재까지도 일본에서 바이어가 한 달에 한 번, 많게는 두 번 이상 방문해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 외식 시장에서 세원시스첸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술력이다.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고객의 디테일한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자 전무는 “특히 일본으로 수출하는 쎄로븐은 일본 식문화에 철저히 맞춰 제작하고 있다”며 “사용하는 고구마 종자, 일본인이 좋아하는 굽기 정도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개발해 구매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 ‘사람에 대한 배려’ 모토로 개발 생산 진행

김 대표는 ‘사람에 대한 배려’를 모토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현장에서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주방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 고심한다. 

세원시스첸은 스테인리스 판을 규격에 맞게 절단, 절곡해 형태잡는 것만 기계를 사용하고 나머지 공정은 15~20년 경력의 전문가들이 모두 수작업해 제품을 완성한다. 검수까지 꼼꼼하게 진행하기 때문에 불량률도 상당히 낮다. 

또 주문량이 늘어나도 당장의 이익을 위해 무리하게 생산량을 늘리지 않는다. 일괄적으로 찍어 내는 기계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교하게 작업해 불량률을 줄여 장기적인 이익을 도모한다. A/S센터도 협력사를 통해 전국 곳곳에 두고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세원시스첸은 기업 부설 연구소를 따로 마련해두고 기술력을 높여 시장 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제품 생산에서 두드러진다. 모든 제품은 한 번에 온전히 완성되지 않는다. 디자인, 기능 부분을 고객의 니즈에 맞춰 계속해서 업그레이드시키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세원시스첸의 모든 제품은 100%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며 “완벽하다고 판단한 제품도 지속적으로 보완해 외식업소에서 좀 더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연구,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육수 냉각기 ‘슬러시아’로 시장 내 포지셔닝

세원시스첸의 대표 제품은 육수 냉각기인 ‘슬러시아’다. 연구 끝에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판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슬러시아를 개발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육수통을 납품하면서 얻은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킨 것이다. 

살얼음 육수는 냉면, 소바, 콩국수, 물회 등 메인 메뉴부터 식혜, 수정과 등 후식 메뉴까지 활용도가 상당히 폭넓다. 개발 당시 음료 슬러시기는 있었지만 음식 메인 육수를 살얼음 상태로 만드는 전문적인 기계는 찾기 어려웠다. 

또 육수통 가장자리에 얼음이 얼어 일일이 부셔야 했고 그로 인해 육수의 농도가 고르지 못했다. 슬러시아는 맛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면서 육수를 균일하게 슬러시화 하는 제품이다. 슬러시아 핵심 기술의 원천은 무축 마그네틱 교반기에 있다. 

그전에는 뚜껑에 그라인더와 원동력인 모터가 장착돼 있어 닫아야만 작동이 가능했다. 그라인더가 돌아가면서 얼었던 육수를 갈아 살얼음화시키는 것이다. 이 방법은 그라인더가 작동하면서 이물질이 안으로 떨어질 수도 있고 뚜껑에 부착돼 있어 세척할 때도 불편했다. 

세원시스첸은 밑 부분과 윗부분에 자석을 사용한 임펠러를 넣어 무축 교반기가 자력으로 움직이도록 설계했다. 교반기를 빼면 일자 통이라 세척도 간편할뿐더러 한층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세원시스첸의 주요 경쟁력으로 2008년 특허를 취득했다. 

또한 슬러시아도 다른 제품처럼 매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올해는 그동안 동그란 통형으로만 제작했던 슬러시아를 사각 형태인 디럭스형으로 선보였다. 주방 내 큰 기물이 대부분 사각 형태로 돼 있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2구용으로도 구성해 사용 시 효율성도 높였다. 1구는 여러 대를 쓰거나 식사 시간 때마다 살얼음을 준비해야 하지만 2구를 쓰면 살얼음 육수 예비 분량을 축적할 수 있어 편리하고 두 종류의 육수를 판매할 수 있어 다양한 메뉴 구성이 가능하다.

◇ 꾸준한 기술력 확보로 차별화된 제품 선보일 계획

세원시스첸은 고구마구이기와 육수냉각기 외에도 제과·제빵 작업 시 유용한 ‘발효기’, 교반기를 기반으로 한 음료 냉각기 ‘쿨센스’ 등 외식업소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여러 기능의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이곳의 핵심 경쟁력인 기술력은 단순히 외식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교반기의 경우 반도체 산업과 연계해 유화액을 섞는 기계의 주요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반도체 회사에서 세원시스첸과 기술 교류를 통해 얻어낸 성과다.

김 대표는 “앞으로 음식의 퀄리티를 높이고 체계화된 매뉴얼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실용적인 기계 사용이 필수적일 것”이라며 “음식점 운영 효율성과 업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제품 품질 향상과 기술력에 더욱 더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