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주년] 백만장자 몰리는 싱가포르 PB시장
금융한류 현장을 가다 -싱가포르편 / 큰손들의 '자산 안전지대'
싱가포르=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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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경제에서 금융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GDP 기준 약 7%다. "금융의 삼성전자가 없다"는 탄식이 나온 지 오래다. 그간 중공업과 IT(정보기술)에 주로 의존해온 대한민국의 '금융체력'을 이제는 키워야 한다. <머니위크>는 창간 7주년을 맞아 세계 금융 격전지에서 묵묵히 대한민국의 금융영토를 넓히고 있는 '금융 전사'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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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 프라이빗 고객센터 입구 /사진=머니위크DB |
싱가포르 캐피탈스퀘어에 위치한 씨티골드 프라이빗 고객센터(CPC·Citigold Private Client). 씨티은행에 금융자산 100만달러(한화 10억7400만원) 이상을 맡긴 거액 자산가들을 위한 최상위 프라이빗뱅킹(PB) 전담 점포다.
이곳의 상담실엔 싱가포르, 뉴욕, 상하이, 뭄바이, 취리히, 런던, 홍콩 등 전세계의 도시 이름이 붙어있다. 고객들의 국적이 다양한 만큼 상담실 명칭을 각국의 도시명에서 따온 것이다. 이곳은 다른 나라 고객들의 역외계좌를 관리하는 것을 특징으로 IPB(International Personal Bank)라고 부른다. 아울러 전세계 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캐피탈스퀘어지점에만 150명에 이르는 금융전문가를 배치했다. 한국고객들의 맞춤형 자산관리를 위해 한국인 은행원도 3명이 근무한다.
씨티은행 싱가포르 PB관계자는 "전세계 부자들의 자금이 유럽보다는 아시아지역(특히 싱가포르)으로 향하는 추세"라며 "지난해보다 고객이 최소 10~1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잘 나가는' 싱가포르 금융계에서 가장 약진하는 부문이 바로 프라이빗뱅킹(PB) 분야다. 전세계 부자들이 몰려드는 '대부호들의 밀집지역'으로 불린다.
싱가포르 현지은행의 한 프라이빗뱅커는 "싱가포르에서는 자산이 1000억원 정도 돼야 부자 측에 낄 수 있다"며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 돌을 던지면 그 돌에 맞는 10명 중 1~2명은 백만장자(금융자산 100만달러 이상)일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스위스계 금융그룹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백만장자는 지난 2012년 말 15만6000여명에서 오는 2017년에는 24만9000여명으로 5년 사이 6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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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위크DB |
◆ "부자들은 싱가포르를 좋아해" 백만장자 비율 세계 최고
중국 출신 영화배우 궁리와 자오웨이,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에두아르두 세브린…. 이들은 막대한 재산을 갖고 싱가포르로 국적을 갈아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전두환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싱가포르에 '비밀계좌'를 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전세계 대부호들이 돈을 싸들고 싱가포르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싱가포르 현지은행계 임원급 PB는 "싱가포르는 부자들의 자산을 잘 보존하고, 증식하고, 이전할 수 있는 최상의 나라"라고 말했다.
소위 네가지 리스크가 없는 '자산 안전지대'라는 설명이다. 첫째, 전쟁이나 정치적 불안에 따라 자산이 묶일 우려가 없다. 둘째, 일본처럼 자연재해의 위험이 없다. 셋째,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세금 부담이 크지 않다. 실제 싱가포르에선 이자소득세를 비롯해 증여세, 상속세가 없다. 넷째, 고객 비밀정보의 누출 위험이 없다.
이 임원은 "그동안 세계적인 자산 안전지대로 스위스와 싱가포르가 꼽혔는데 최근 금융정보 교환협정에 따라 스위스의 비밀주의가 흔들리면서 부자들의 눈길이 싱가포르로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PB조직의 상당수는 자회사로 신탁회사를 두고 있다. 싱가포르의 한 프라이빗뱅커는 "중동이나 유럽 부자들 가운데는 1억달러 이상을 예치하는 초고액 자산가가 많은 편"이라며 안정된 부의 대물림을 위해 신탁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중동지역 부자들은 일부다처제로 사후 가족 간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크다. 따라서 중동지역 부자들은 가족의 자산을 전담 관리할 수 있도록 신탁사를 두고 유산의 관리 및 배분을 집행하는 경우가 많다. 유럽 부자들은 싱가포르에서 원거리에 있는 만큼 세세히 관리하기보단 재정관리 집사를 통해 싱가포르 금융기관에 맡기는 방식을 선호한다.
싱가포르는 레버리지의 낙원으로도 불린다. 예금금리는 0.5%에 불과한 초저금리 국가지만 대출금리가 1%대로 낮아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1억원을 6% 수익을 내는 채권에 투자하면 연 600만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1억원을 빌려 2억원을 투자하면 대출이자 100만원을 제외하고도 1100만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더욱이 싱가포르는 이자소득세를 매기지 않아 세금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다. 최근 6개월간 싱가포르에 연수를 다녀온 이성아 하나은행 대치동골드클럽 PB팀장은 "싱가포르PB업계는 외환, 파생상품 등 전세계 투자자산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 10% 이상의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한 시장이라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부자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매력의 싱가포르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런 이치다. 상당수 자산관리전문가들은 싱가포르가 원조 세계 프라이빗뱅킹 중심지인 스위스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로 본다. 회계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싱가포르에서 운용되는 펀드규모가 지난 2012년 기준 1조2900억달러로 스위스(2조9000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지만 오는 2015년에는 스위스(3조달러)를 제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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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치는 자금으로 부동산 들썩, 현지인 소외감 토로
과유불급이다. 전세계 부자들의 돈이 모여들면서 싱가포르는 근래 달갑지 않은 후유증을 겪고 있다. 지난 7월 싱가포르 중앙은행인 싱가포르통화청은 고액 현금거래에 따른 돈세탁 위험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1만싱가포르달러(SGD)권의 발행을 중단키로 했다. 싱가포르가 돈세탁과 조세 회피처로 이용된다는 주변 국가들의 눈총을 받음에 따라 돈세탁 방지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에 앞서 부유한 외국인에 대한 적극적인 구애 태도도 바꿨다. 지난 2012년 싱가포르 통화청은 개인 총자산 2000만싱가포르달러(180억원 상당) 중 절반 이상을 현지에 5년 이상 예치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던 정책을 폐지한 것. 싱가포르 현지의 한 PB는 "외국부자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부동산가격이 올라가고 일부 싱가포르인의 경우 잘 사는 외국부자들을 보면서 소외감을 호소하는 부작용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비밀계좌 보장' 제도로 인해 전세계의 '검은 돈'이 몰리는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선 현지 PB는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금융기관 직원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누설하는 경우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어 고객정보 보호는 당연한 의무"라며 "그러나 '검은 돈'은 계좌개설 시 고객의 대학졸업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소득 등을 통해 자금의 원천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걸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양적완화 종료 뒤 큰 그림 그려라"
전문가 뷰: 하렌 샤 씨티은행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석전략가
글로벌경기 회복과 이에 따른 금리인상 조짐으로 자금이동을 준비하는 자산가가 늘고 있다. 이에 전세계의 다양한 지역과 상품에 투자가 이뤄지는 싱가포르에서 대부호들에게 투자방향을 제시하는 하렌 샤 씨티은행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석전략가는 "경기회복을 주도하는 미국보다 저평가된 중국을 주목하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지역·투자시기별 분산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렌 샤 전략가는 "10월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정책이 종료되면 금리인상 이슈가 시장 예상보다 더 강하게 부각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세계 경제의 큰 그림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차원에서 포트폴리오 중 중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중국의 최근 실물경제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경제성장률 둔화우려도 나오지만 계속 투자비중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현재 중국 기업들은 어두운 경제 영향으로 주가가 낮은 투자처가 많으나 1년 후를 바라본다면 서서히 가시화되는 개혁과 금융시장 개방정책에 힘입어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10월 중 시작될 중국 본토 상하이거래소와 홍콩거래소의 연계(Shanghai-Hong Kong Connect)는 양 시장 간의 거래량을 늘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반해 미국증시는 경제회복 영향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상태이며 금리인상시기에 대한 우려로 단기적인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흥국 투자에는 먼저 '돌다리'를 두드리고 선별적으로 건너는 전략을 추천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및 금리인상 전망으로 강달러가 지속되는 가운데 신흥국 채권과 통화시장이 요동칠 수 있어서다.
다만 신흥국 가운데 중국, 대만, 한국 등 수출 중심 국가는 미국의 경기회복과 자국 환율의 약세 영향으로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신흥국 중 인도처럼 내수비중이 커서 회복하는 미국경제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지역은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당부했다.
전문가 뷰: 하렌 샤 씨티은행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석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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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으로 지역·투자시기별 분산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렌 샤 전략가는 "10월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정책이 종료되면 금리인상 이슈가 시장 예상보다 더 강하게 부각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세계 경제의 큰 그림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차원에서 포트폴리오 중 중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중국의 최근 실물경제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경제성장률 둔화우려도 나오지만 계속 투자비중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현재 중국 기업들은 어두운 경제 영향으로 주가가 낮은 투자처가 많으나 1년 후를 바라본다면 서서히 가시화되는 개혁과 금융시장 개방정책에 힘입어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10월 중 시작될 중국 본토 상하이거래소와 홍콩거래소의 연계(Shanghai-Hong Kong Connect)는 양 시장 간의 거래량을 늘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반해 미국증시는 경제회복 영향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상태이며 금리인상시기에 대한 우려로 단기적인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흥국 투자에는 먼저 '돌다리'를 두드리고 선별적으로 건너는 전략을 추천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및 금리인상 전망으로 강달러가 지속되는 가운데 신흥국 채권과 통화시장이 요동칠 수 있어서다.
다만 신흥국 가운데 중국, 대만, 한국 등 수출 중심 국가는 미국의 경기회복과 자국 환율의 약세 영향으로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신흥국 중 인도처럼 내수비중이 커서 회복하는 미국경제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지역은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당부했다.
☞ 자가용은 부자들의 전유물(?)
'아반떼가 싱가포르에선 1억원 이상?' 우리나라에서는 최고 50%까지 적용하는 상속세가 없는 '세금의 천국' 싱가포르. 그러나 우리나라보다 무지막지하게 비싼 세금을 부과하는 일부 물품이 있다.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일반 국민이 오너드라이버가 되기 위해선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구매는 물론 운행권리증명서(COE)를 반드시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COE는 10년 동안 자동차를 몰고 다닐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지난 8월 기준 소형차(1600cc이하)의 COE는 6만4600싱가포르달러(약 5336만원)다. 차량이 커질수록 COE 가격도 올라가는 구조로 같은 시기 1600cc 이상은 6만8689달러(약 5674만원)에 거래됐다.
이 COE는 입찰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자동차 수요가 많은 때는 더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한다. 이는 작은 나라인 싱가포르가 자동차로 교통지옥이 되는 것을 방지하는 위한 정책이다. 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의 도로는 평균 20~30km를 유지할 정도로 교통정체 현상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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