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고가 철거와 집값의 상관관계
사라지는 고가, 서울의 재탄생 / 부동산시장 영향
김병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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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970년대 고가도로는 서울의 골칫거리인 교통난을 해소하고 도심 과밀화를 막아준 고마운 존재이자 서울의 발전을 상징하는 거대한 홍보물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고가도로들은 경관을 해치고 발전을 가로막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며, 하나 둘 철거되고 있다. <머니위크>는 지난 40년간 수도 서울의 발전에 이바지했던 고가도로가 왜 사라질 수밖에 없는지, 철거 이후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길이 나는 곳에 부동산이 보인다'. 부동산업계에서 자주 회자되는 말이다. 잇단 고가도로 철거소식에 부동산시장이 술렁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고가도로가 사라진다는 것은 새로운 길의 탄생을 의미하기도 해서다.
지난 2002년 떡전고가도로(1977년 준공)를 시작으로 지난해 7월 약수고가도로(1984)까지 서울에서만 총 17개의 고가도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한때 나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고가도로가 애물단지로 전락해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회색빛 철골 구조물이 도로를 점령함에 따라 미관을 해친다는 게 철거의 가장 큰 이유다. 따라서 대다수 시민들은 고가도로 철거가 인근 부동산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렇다면 고가도로가 철거될 경우 주변 부동산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과거 사례를 통해 고가도로 철거로 발생하는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살펴봤다.
◆가시성·접근성 'UP'… 건물가치 '쑥쑥'
부동산 측면에서 고가도로 철거에 따른 영향을 보면 집값보다는 상권에 영향을 미친다. 고가 주변으로 아파트단지 등 주거지가 아닌 상가가 밀집돼 있어서다.
상가주인들은 대체로 고가 철거를 환영하는 모양새다. 구로고가 인근 A상가의 한 점포를 소유한 김모씨(57)는 "고가도로가 사라지면 단절된 상권이 이어지고 기존에 저평가됐던 우수한 입지의 점포가 살아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건물가치도 상승한다"고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고가도로 철거가 주변 상권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가시성과 접근성의 향상으로 요약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977년 세워져 30여년 만에 철거된 회현고가(2009년 철거)다. 회현고가는 철거 이후 주변 상가시장에 가시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가시성과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상권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남산 1·2가 일대 상가점포를 중심으로 매물이 자취를 감췄고 일부에선 호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남산 롯데캐슬 아이리스(롯데건설)와 리더스뷰 남산(SK건설), 남산플래티넘(쌍용건설) 등 주상복합 삼형제도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 미계약분으로 남았던 다수의 점포가 고가도로 철거로 남산 조망 및 미관이 향상됐다는 소식에 계약률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남아있던 공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심지어 1억~2억원대의 웃돈(프리미엄)이 형성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홍제고가가 철거된 뒤에는 인근 유진상가 주변의 상권이 살아났다. 고가 밑 어두운 그늘이 사라지면서 주변경관이 밝아지자 유동인구도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상인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당시 서대문구가 구정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홍제고가도로 철거가 1위(37%)를 차지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고가 철거,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고가도로의 철거가 무조건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교통량이 많은 도로의 경우 고가도로가 사라지면 신호대기시간이 길어져 교통체증이 늘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상징적인 근대 건축물인 만큼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부동산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가도로 철거 이후에도 상가 등 건물가격에 큰 변동이 없었던 사례가 있다. 고가 철거 후 기대감에 호가만 오르고 실제 매매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국내 첫 고가도로인 아현고가의 철거(지난해 3월 철거)가 대표적이다.
아현고가 철거소식이 처음 전해진 당시만 해도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 부동산시장은 일제히 들썩였다. 아현고가 밑에 숨어있던 인테리어업체와 가구업체, 웨딩숍 등 노후한 상가들은 쾌재를 불렀고 인근에 진행 중인 아현뉴타운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주민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아현동과 북아현동 일대 부동산시장은 아직까지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현고가 철거 이후 대로변 상가의 땅 주인들이 땅값을 올리며 매도호가를 올려 봤지만 매수인이 없어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가격도 고가 철거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상태다. 5호선 애오개역 근처에 있는 '마포트라팰리스 2차'의 경우 전용면적 84㎡의 매매가격이 지난 2013년 7월 3.3㎡당 5억1000만~5억2000만원 수준이었는데 고가도로가 철거된 이후인 지난해 7월에도 5억1000만원으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결국 고가도로가 철거되는 것만으로 상권이 살아나고 부동산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은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고가도로 철거로 무조건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며 "고가도로 철거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효과는 단기간에 반영되는 게 아닌 만큼 인근 개발호재 등과 맞물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만약 철거가 예정된 고가 인근의 상가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 현재의 입지여건은 물론 철거 후 주변상황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며 "고가가 사라지면 보통 횡단보도가 생기는데 이에 따른 유동인구의 동선 흐름도 180도 달라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지난 2002년 떡전고가도로(1977년 준공)를 시작으로 지난해 7월 약수고가도로(1984)까지 서울에서만 총 17개의 고가도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한때 나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고가도로가 애물단지로 전락해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회색빛 철골 구조물이 도로를 점령함에 따라 미관을 해친다는 게 철거의 가장 큰 이유다. 따라서 대다수 시민들은 고가도로 철거가 인근 부동산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렇다면 고가도로가 철거될 경우 주변 부동산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과거 사례를 통해 고가도로 철거로 발생하는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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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철거된 회현고가도로. /사진=뉴시스 박종민 기자 |
◆가시성·접근성 'UP'… 건물가치 '쑥쑥'
부동산 측면에서 고가도로 철거에 따른 영향을 보면 집값보다는 상권에 영향을 미친다. 고가 주변으로 아파트단지 등 주거지가 아닌 상가가 밀집돼 있어서다.
상가주인들은 대체로 고가 철거를 환영하는 모양새다. 구로고가 인근 A상가의 한 점포를 소유한 김모씨(57)는 "고가도로가 사라지면 단절된 상권이 이어지고 기존에 저평가됐던 우수한 입지의 점포가 살아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건물가치도 상승한다"고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고가도로 철거가 주변 상권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가시성과 접근성의 향상으로 요약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977년 세워져 30여년 만에 철거된 회현고가(2009년 철거)다. 회현고가는 철거 이후 주변 상가시장에 가시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가시성과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상권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남산 1·2가 일대 상가점포를 중심으로 매물이 자취를 감췄고 일부에선 호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남산 롯데캐슬 아이리스(롯데건설)와 리더스뷰 남산(SK건설), 남산플래티넘(쌍용건설) 등 주상복합 삼형제도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 미계약분으로 남았던 다수의 점포가 고가도로 철거로 남산 조망 및 미관이 향상됐다는 소식에 계약률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남아있던 공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심지어 1억~2억원대의 웃돈(프리미엄)이 형성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홍제고가가 철거된 뒤에는 인근 유진상가 주변의 상권이 살아났다. 고가 밑 어두운 그늘이 사라지면서 주변경관이 밝아지자 유동인구도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상인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당시 서대문구가 구정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홍제고가도로 철거가 1위(37%)를 차지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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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고가도로가 철거된 북아현동 가구거리일대. /사진=임한별 기자 |
◆"고가 철거,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고가도로의 철거가 무조건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교통량이 많은 도로의 경우 고가도로가 사라지면 신호대기시간이 길어져 교통체증이 늘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상징적인 근대 건축물인 만큼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부동산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가도로 철거 이후에도 상가 등 건물가격에 큰 변동이 없었던 사례가 있다. 고가 철거 후 기대감에 호가만 오르고 실제 매매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국내 첫 고가도로인 아현고가의 철거(지난해 3월 철거)가 대표적이다.
아현고가 철거소식이 처음 전해진 당시만 해도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 부동산시장은 일제히 들썩였다. 아현고가 밑에 숨어있던 인테리어업체와 가구업체, 웨딩숍 등 노후한 상가들은 쾌재를 불렀고 인근에 진행 중인 아현뉴타운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주민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아현동과 북아현동 일대 부동산시장은 아직까지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현고가 철거 이후 대로변 상가의 땅 주인들이 땅값을 올리며 매도호가를 올려 봤지만 매수인이 없어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가격도 고가 철거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상태다. 5호선 애오개역 근처에 있는 '마포트라팰리스 2차'의 경우 전용면적 84㎡의 매매가격이 지난 2013년 7월 3.3㎡당 5억1000만~5억2000만원 수준이었는데 고가도로가 철거된 이후인 지난해 7월에도 5억1000만원으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결국 고가도로가 철거되는 것만으로 상권이 살아나고 부동산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은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고가도로 철거로 무조건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며 "고가도로 철거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효과는 단기간에 반영되는 게 아닌 만큼 인근 개발호재 등과 맞물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만약 철거가 예정된 고가 인근의 상가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 현재의 입지여건은 물론 철거 후 주변상황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며 "고가가 사라지면 보통 횡단보도가 생기는데 이에 따른 유동인구의 동선 흐름도 180도 달라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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