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장님을 보면 마치 ‘전장에 나서는 장수’ 같습니다. 우리로서는 해드릴 수 있는 게 격려와 응원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회장님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제계순위 10위에 빛나던 그룹의 옛 영광을 되찾아 오실 것이라는 것을….”(금호아시아나그룹 한 직원의 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본격적인 ‘영토전쟁’이 시작됐다. 금호산업 매각이 본격화되면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무너진 그룹을 재건하려는 박삼구 회장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회사로 이번 인수전의 결과에 따라 향후 그룹의 존속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박 회장으로서는 금호산업 인수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재무적 부담과 특혜 시비, 검찰수사 등으로 앞날이 가시밭길이다. 그래도 박 회장은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말한다.

◆ '자강불식‘ 외치는 박삼구 

지난 1월30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은 오는 7~8월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공고를 냈다. 이를 준비한 듯 박 회장은 이달 초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그룹 재건에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올해 경영방침을 '자강불식'(自强不息)으로 정했다. 자강불식은 '스스로를 강하게 하는 데 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박 회장이 자강불식을 올해 경영방침으로 내세운 것은 현재의 그룹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지난해 경영 목표로 내세웠던 '제2 창업'을 실질적으로 달성했으나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새로운 금호아시아나로 거듭날 수 있도록 쉼 없이 노력해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박 회장이 지난해 '제2 창업'을 선언하며 그룹의 경영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금호아시아나는 주력계열사인 금호산업·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졸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자율협약 졸업을 이뤄냈다.

◆ “금호산업 꼭 지킨다”… 옛 명성 되찾기

박 회장은 "금호산업의 경영권 확보는 그룹 재건의 최우선 핵심 과제"라며 강력한 인수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박 회장에겐 채권단 보유 주식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다. 우선매수권을 활용하면 경영권 인수 기준인 과반 지분 획득이 가능하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에 열을 올리는 데는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금호고속' 등으로 연결되는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있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지배구조의 시발점이 금호산업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보유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또한 금호터미널은 금호고속에 대한 우선 매수권을 쥐고 있다. 금호산업을 인수할 경우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금호고속 등 워크아웃으로 흩어졌던 핵심 계열사들의 경영권을 획득할 수 있는 셈이다. 때문에 금호산업은 그룹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모기업이다.

이에 금호산업에 눈독을 들이는 인수 후보가 적잖은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주관사의 투자안내문은 40여개 대기업과 20여개의 사모펀드(PEF) 등에게 뿌려졌다. 삼성·현대차·LG·SK·신세계·롯데그룹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머니위크 DB
/사진=머니위크 DB

◆ 실탄 모으는 '돌아온 장고'… "순리대로"

금호산업 인수전엔 '최고가 매각' 원칙이 적용될 것으로 전해진다. 경쟁 인수 후보가 제출할 가격을 예측해 박 회장이 1원이라도 더 높은 금액을 써내면 금호산업을 가져갈 수 있다. 박 회장은 "여론이 내가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것이 맞다고 보면 잘 될 것이고, 내가 인수하는 게 안 되겠다고 본다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 예상하는 금호산업 인수가액은 5000억~8000억원이다. 시가 기준으로 4200억원 정도인데 경영권 프리미엄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배력 등 가치를 더한 금액이다. 일각에서는 인수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인수 금액이 1조원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 회장은 현재 금호산업 지분의 5.3%(176만446주)를 갖고 있다. 박 회장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5.1%(169만57333주)를 보유 중이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으려면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중 최소 39%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박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실탄' 규모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박 회장은 지난 2011년 11월 보유 중이던 금호석유화학 주식 전량을 4090억원에 팔았다. 하지만 이 자금의 대부분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 자금으로 써버렸다.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 7.99%도 전부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있어 현금화가 여의치 않다.

투자업계에선 박 회장이 재무적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상그룹·군인공제회 등이 박 회장의 전략적 동반자로 거론된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은 박 회장의 매제로, 여동생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의 남편이다. 군인공제회는 지난 2003년 금호타이어 지분 70%를 매입하는 등 박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된다. 금융권 등에선 박 회장이 중국 쪽 재계 인맥을 활용해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다만 재무적투자자 확보 등 자금 마련 계획에 대해 박 회장은 "순리대로 되지 않겠나"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자강불식'을 외치며 '제2의 창업'과 '제2의 도약'을 모토로 그룹 재건 카드를 들고 나선 박삼구 회장. 그가 금호그룹을 되찾을 수 있을지 수개월 뒤의 결과가 궁금해진다.

☞프로필
▲1945년 광주광역시 출생 ▲광주제일고·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고려대 컴퓨터과학기술대학원 졸업·전남대 명예 경영학 박사 ▲금호실업 전무이사·대표이사 사장 ▲종합무역상사협의회 회장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부회장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 ▲사법개혁위원회 위원·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윤리위원회 위원장·관광산업특별위원회 위원장·부회장 ▲제12·13대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후원회 회장 ▲한중우호협회 회장 ▲한중교류의해자문위원회 자문위원장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추진위원회 위원장 ▲2013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유치위원회 후원회장 ▲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