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부동산시장] 가계빚 늘린 '토끼몰이 활황'
차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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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동산시장엔 활력이 넘쳤다. 주택거래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신규 아파트 청약시장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부동산 몸값도 고공행진하며 모처럼 투자 열기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서민들의 머리는 복잡해졌다. 사상 최악의 전세난과 치솟는 전셋값 때문에 갈 곳을 잃은 서민들은 살 곳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고 결국은 은행을 찾았다. 빚을 내 집을 사든지 매달 고정비가 나가는 월세살이를 결정해야 했다.
어찌 보면 동전의 양면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국내 부동산시장을 건설사인 공급자 입장과 수요자인 서민의 입장에서 그리고 컨트롤타워인 정부 정책기조를 돌아보며 정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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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DB |
건설사들은 올해 부동산시장을 무척이나 반겼다. 한 건설사 임원은 “마치 꿈같다. 2000년대 초반으로 회귀한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부동산시장은 지난 2007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호황을 누렸다.
주택경기 활황을 맞아 건설사들은 신규 아파트 물량을 대거 쏟아냈고 6800가구라는 단일 분양가구수로는 역대 최대 단지도 등장했다. 모델하우스마다 수백m의 대기 줄이 생길 정도로 청약경쟁률이 높아졌고 분양가 역시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이처럼 올해 분양시장은 2000년대 들어 최대 물량이 쏟아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612개단지 31만341가구(11월 말 기준)가 분양됐다(일반 분양 기준, 임대 제외). 이는 지난해 461개단지 22만7002가구보다 36.7%나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늘어난 분양물량만큼 청약률도 높았다. 전국 청약경쟁률은 11.76대 1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는 1순위 청약 자격이 기존보다 완화되는 등 청약 진입 문턱이 낮아져 청약통장 보유자 수가 급증했다. 그 결과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단지가 속출했다. 가장 치열했던 곳은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황금동으로 무려 622대 1의 평균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분양시장에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분양가 상승세도 이어졌다. 올해 전국 분양단지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001만원으로 2009년(1075만원) 이후 6년 만에 1000만원선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60만원 오른 수준이다. 전용 84㎡대 아파트일 경우 2040만원이 오른 셈이다.
◆ 서민들, “집 살까, 월세 살까”
올해 우리나라 서민들은 ‘토끼몰이’를 당했다. 필요에 의해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전세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집을 사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지난달 기준 아파트 매매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 73.7%로 지난해 11월 이후 13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 성북구(82.1%), 경기 의왕(81.1%), 서울 강서구(80.1%), 경기 고양 덕양구(80.1%) 등 4곳의 전세가율이 80%를 넘었다.
결국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서민들은 집을 사거나 월세살이를 해야만 했다. 실제로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됐다.
서울은 빌라와 다세대 등 아파트 외 주택의 월세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지방의 월세전환은 수도권보다 빠르다. 지난 2013년 이미 50%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 9월 기준 54.3%를 보였다.
아파트 역시 월세비중이 급증했다. 서울의 경우 34.0%로 지난 2011년(18.5%)보다 15.5%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전세난을 피해 어쩔 수 없이 주택을 구매하는 실수요자가 늘어 주택 거래량도 급증했다. 올해 10월까지 누적 주택 거래량은 100만8000여건이다. 지난해 동기대비 22.5% 증가했다. 지난해 이뤄진 거래량인 100만5000여건을 이미 넘어섰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34만8899건으로 지난 2006년(30만8297건)보다 13%가량 증가했다. 이는 9년 만에 최고치다.
◆ 제기능 못한 정부… “컨트롤 타워는 없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9·1부동산 대책' 후속조치를 올해도 연이어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집을 사라’는 것이었다. 지난 2월27일부터 시행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은 그 결정판이었다.
1,2순위로 나뉘던 주택 청약순위는 1순위로 통합됐다. 청약통장에 가입한 뒤 2년이 지나야 가능했던 수도권 1순위 청약자격은 1년으로 단축됐다. 또 무주택 가구주가 아닌 세대원도 국민주택 등 공공 아파트 청약이 가능해졌다.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각종 대출규제 완화로 주택구입을 유도했던 정부가 청약제도까지 풀어버린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올해 1%대 초저금리라는 당근까지 서민들에게 던졌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과 저금리 기조가 만나고 여기에 전세난까지 맞물리면서 집을 사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늘었고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집값 역시 큰 폭으로 뛰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8%로 꽤 높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승의 동력이 ‘빚’이라는 게 문제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빚 내서 집 사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가계부채는 올해 100조원이 넘게 불어났다. 국가채무도 1년 새 60조원 이상 늘었다. 채무증가폭만 놓고 보면 금융위기 때를 웃도는 역대 최대치다.
최 부총리는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면 그 온기가 우리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와 달리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뇌관’이 돼 버렸다. 최 부총리가 경제는 못 살리고 집값만 올려 놓았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결국 정부는 지난 7월 이자만 내는 주택담보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이달에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통해 대출심사 기준을 담보에서 상환능력 평가로 전환했다. 또한 모든 대출에는 원칙적으로 비거치식 분할상환 조건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제서야 급격하게 늘어나는 가계빚에 대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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