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희망퇴직 광풍' 부는 은행권
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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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에 감원 한파가 매섭게 불고 있다. 매년 1000여명 안팎이던 은행권의 퇴출인력이 4000명을 넘어섰다. 관리자급에 한정했던 희망퇴직 대상도 대리급까지 내려오며 40대 초반이 포함됐다.
최근 KB국민은행은 74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지난해 상반기 1122명의 희망퇴직에 이어 두번째다. 이번 희망퇴직에는 임금피크제 대상인 55세 이상 직원과 54세 직원이 포함됐다.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직급에 따라 27~32개월치의 기본급을 받을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4년 만에 희망퇴직을 부활시켰다. 40세 이상 관리직원이 대상이며 퇴직금은 근속연수에 따라 24~37개월치 급여와 자녀학자금, 재취업지원금 등이 지급된다. 관리자급은 월평균 임금의 30개월분, 행원급은 24개월치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은 700여명으로 전체 직원 1만6000명의 4.4%에 속한다. 지난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KB국민은행(1121명), 한국SC은행(961명)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규모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인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퇴직자를 최종 확정할 것”이라며 “청년고용을 확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이달 안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안에 희망퇴직 신청일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기업은행은 만 54세 직원을 대상으로 188명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만 54세인 직원이 210명인 것을 감안하면 대다수가 신청한 셈이다. 기업은행은 이번이 마지막 희망퇴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청자가 대거 몰렸다.
한국SC은행의 경우 만 40세 이상 직원과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 중에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전체 임직원의 18%에 달하는 961명이 회사를 떠났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도 손 들어
이 같은 희망퇴직 열풍으로 지난해 금융권에는 일자리가 5만개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금융권 취업자 수는 총 78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1000명 줄었다. 2009년 금융위기 여파로 5만5000여명이 회사를 떠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임금피크제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한 탓일까. 고액연봉을 받는 대신 오래 일할 기회를 주는 임금피크제가 도입됐지만 대상자 대다수가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347명 중 임금피크제 대상자 249명이 전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만간 회사를 떠난다.
실제 임금피크제 대상자 사이에선 ‘특별퇴직금을 많이 줄 때 떠나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은 지점 감사나 연체관리, 문서관리 등 후선업무를 주로 맡는데 주요 업무에서 밀리다 보니 뒷방 늙은이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임금피크제는 30개월치의 기본금을 5년간 받는 구조인데 반해 희망퇴직은 30개월치의 90%에 달하는 퇴직금과 특별퇴직금을 추가로 받는 장점이 있다.
기업은행 직원의 경우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직전 해 연봉의 260%를 받는다. 희망퇴직 신청자가 부점장일 경우 3억~4억원의 퇴직금이 지급된다. KB국민은행의 희망퇴직도 관리자급은 약 3억원의 퇴직금을 받을 전망이다.
◆퇴직자 지원방안 마련해야
올해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되고 고객 비대면채널 이용비중이 늘어나면 인력구조조정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은행 창구를 통한 대면 거래비중은 10.7%로 떨어졌다. 국내은행의 점포 수는 매년 100개 이상씩 줄어 2012년 하반기 7835개에서 지난해 상반기 7480개로 감소했다. 올해에도 최소 100곳 이상의 은행 점포가 사라질 전망이다.
저금리 기조로 지난해 2분기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이 1.58%로 떨어지는 등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지난해 1~6월 이자이익은 16조5000억원으로 1년 전 17조3000억원에 비해 8000억원(4.5%) 감소했다.
새해부터 직원들의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는 정년연장법이 시행됨에 따라 고임금을 받는 직원 수도 늘어난다. 이에 은행권은 임금피크제 연령기준과 보상범위를 정해 희망퇴직 신청을 정례화하고 횟수도 확대할 방침이다.
고연봉을 받는 책임자급 직원이 60%에 이르는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희망퇴직조건도 직책에서 연령으로 확대한다. 직책이 낮더라도 희망퇴직 조건 연령에 속하면 특별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은행에 남는 것보다 퇴직하고 목돈을 챙겨 나오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은행들도 인력비용 절감을 위해 희망퇴직을 권하고 있어 희망퇴직자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임금피크제 근로자의 직무개발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고령자 직원의 직무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임금피크제가 고용불안이나 고용절벽을 해소할 현실적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한시적인 임금조정이라는 한계에 직면한 상태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명예퇴직하거나 은퇴한 은행 근로자의 역량을 은행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활용해야 한다”며 “영업시간 확대에 따른 저녁시간 근무에는 기존 은행원보다 중고령자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근 KB국민은행은 74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지난해 상반기 1122명의 희망퇴직에 이어 두번째다. 이번 희망퇴직에는 임금피크제 대상인 55세 이상 직원과 54세 직원이 포함됐다.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직급에 따라 27~32개월치의 기본급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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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박동욱 기자 |
KEB하나은행은 4년 만에 희망퇴직을 부활시켰다. 40세 이상 관리직원이 대상이며 퇴직금은 근속연수에 따라 24~37개월치 급여와 자녀학자금, 재취업지원금 등이 지급된다. 관리자급은 월평균 임금의 30개월분, 행원급은 24개월치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은 700여명으로 전체 직원 1만6000명의 4.4%에 속한다. 지난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KB국민은행(1121명), 한국SC은행(961명)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규모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인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퇴직자를 최종 확정할 것”이라며 “청년고용을 확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이달 안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안에 희망퇴직 신청일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기업은행은 만 54세 직원을 대상으로 188명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만 54세인 직원이 210명인 것을 감안하면 대다수가 신청한 셈이다. 기업은행은 이번이 마지막 희망퇴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청자가 대거 몰렸다.
한국SC은행의 경우 만 40세 이상 직원과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 중에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전체 임직원의 18%에 달하는 961명이 회사를 떠났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도 손 들어
이 같은 희망퇴직 열풍으로 지난해 금융권에는 일자리가 5만개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금융권 취업자 수는 총 78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1000명 줄었다. 2009년 금융위기 여파로 5만5000여명이 회사를 떠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임금피크제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한 탓일까. 고액연봉을 받는 대신 오래 일할 기회를 주는 임금피크제가 도입됐지만 대상자 대다수가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347명 중 임금피크제 대상자 249명이 전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만간 회사를 떠난다.
실제 임금피크제 대상자 사이에선 ‘특별퇴직금을 많이 줄 때 떠나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은 지점 감사나 연체관리, 문서관리 등 후선업무를 주로 맡는데 주요 업무에서 밀리다 보니 뒷방 늙은이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임금피크제는 30개월치의 기본금을 5년간 받는 구조인데 반해 희망퇴직은 30개월치의 90%에 달하는 퇴직금과 특별퇴직금을 추가로 받는 장점이 있다.
기업은행 직원의 경우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직전 해 연봉의 260%를 받는다. 희망퇴직 신청자가 부점장일 경우 3억~4억원의 퇴직금이 지급된다. KB국민은행의 희망퇴직도 관리자급은 약 3억원의 퇴직금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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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 지원방안 마련해야
올해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되고 고객 비대면채널 이용비중이 늘어나면 인력구조조정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은행 창구를 통한 대면 거래비중은 10.7%로 떨어졌다. 국내은행의 점포 수는 매년 100개 이상씩 줄어 2012년 하반기 7835개에서 지난해 상반기 7480개로 감소했다. 올해에도 최소 100곳 이상의 은행 점포가 사라질 전망이다.
저금리 기조로 지난해 2분기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이 1.58%로 떨어지는 등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지난해 1~6월 이자이익은 16조5000억원으로 1년 전 17조3000억원에 비해 8000억원(4.5%) 감소했다.
새해부터 직원들의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는 정년연장법이 시행됨에 따라 고임금을 받는 직원 수도 늘어난다. 이에 은행권은 임금피크제 연령기준과 보상범위를 정해 희망퇴직 신청을 정례화하고 횟수도 확대할 방침이다.
고연봉을 받는 책임자급 직원이 60%에 이르는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희망퇴직조건도 직책에서 연령으로 확대한다. 직책이 낮더라도 희망퇴직 조건 연령에 속하면 특별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은행에 남는 것보다 퇴직하고 목돈을 챙겨 나오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은행들도 인력비용 절감을 위해 희망퇴직을 권하고 있어 희망퇴직자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임금피크제 근로자의 직무개발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고령자 직원의 직무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임금피크제가 고용불안이나 고용절벽을 해소할 현실적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한시적인 임금조정이라는 한계에 직면한 상태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명예퇴직하거나 은퇴한 은행 근로자의 역량을 은행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활용해야 한다”며 “영업시간 확대에 따른 저녁시간 근무에는 기존 은행원보다 중고령자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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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