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중소·벤처기업이 뜨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면서 벤처산업 활성화 의지를 보인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증권사들의 중소·벤처기업 사랑은 신기술사업금융업 획득에서 시작됐다. 신기술사업금융업은 보유기술에 비해 자본이 취약한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거두는 사업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4월 중소·벤처기업 투자금융 활성화를 위해 증권사의 신기술사업금융업 겸업을 허용했다. 지금까지 15개 증권사가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을 마쳤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여의도 증권가.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신기술금융사업자로 등록하면 벤처기업 투자를 위한 펀드인 신기술투자조합을 결성하고 직접 운용할 수 있다. 또 정부 정책자금을 지원받고 세제혜택도 누릴 수 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해진 중소형증권사들이 벤처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말부터 105억원 규모로 2개의 신기술투자조합을 설립해 운용 중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올 상반기에 100억원 규모의 신기술투자조합을 결성해 투자했다. 조합명은 ‘신한 디스플레이 신기술 투자조합 제1호’이며 투자대상은 ‘엠에스티코리아’라는 디스플레이패널 장비제조업체다. 이 회사의 100억원 규모 전환상환 우선주를 조합이 인수하는 구조로 투자가 진행됐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지난달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허가를 받았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신기술투자조합 결성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며 “앞으로 역량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경영지도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종금증권이 초대형 IB(투자은행)로 발돋움하기 위한 포석을 다지고 있는 만큼 조만간 투자조합을 결성해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형사뿐만 아니라 대형사도 신기술금융사업을 등록하며 중소·벤처기업에 주목한다. 초대형 IB 시행을 앞두고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기업대출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해서다. 대형사 중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9월 가장 먼저 신기술금융사업을 등록했다. 지난 2월에는 KB증권, 지난달에는 NH투자증권이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을 마치고 벤처투자를 물색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던 증권사들의 행보와 신기술사업금융업 겸업 허용이 맞물리면서 신기술금융사업 추진이 가속화되는 추세”라며 “이는 새로운 투자처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벤처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도 지원을 확대하는 시기인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벤처투자시장이 증권사들의 괜찮은 투자처가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1호(2017년 8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