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4개 계열사의 분할합병을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변수를 만났다. 롯데쇼핑의 실적이 반토막 나면서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소액주주들의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회사채 외 다른 자금조달 방안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왼쪽부터)신동빈 롯데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뉴스1 이승배 기자
(왼쪽부터)신동빈 롯데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뉴스1 이승배 기자

◆꺼지지 않는 분쟁 불씨… 신동주의 초강수?

롯데그룹은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통해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4개 계열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고 투자회사를 합병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주총에서 이를 승인해 10월1일 통합법인을 출범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분할합병 대상 4개사 중 총자산과 매출액 면에서 전체 금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롯데쇼핑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으며 주총 결의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롯데쇼핑의 올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8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10억원)보다 49.0% 줄었다. 매출액도 6조9228억원으로 4.3% 줄고 당기순이익은 41억원으로 무려 95.0% 감소했다. 롯데쇼핑의 주력 사업부문인 백화점의 매출 회복이 더디고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중국 내 롯데마트의 매출 하락이 멈추지 않은 탓이다. 

롯데쇼핑의 실적이 급락하자 일부 소액주주들은 롯데그룹의 4개 계열사 분할합병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11일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앞으로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쇼핑 등 4개사의 분할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성호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 대표는 "현재 롯데그룹이 추진 중인 4개사 분할합병안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롯데쇼핑의 위기를 다른 3개사 주주들에게 떠넘기려는 얄팍한 경영진의 술책"이라며 "지주회사의 신설은 특정주주의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이며 소액주주들의 희생과 손해를 강요하는 부당한 경영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분할합병안의 문제점으로 ▲롯데쇼핑의 합병비율 산정과 최순실∙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신동빈 회장이 연루된 점 ▲합병비율 산정가 및 매수청구가의 괴리 ▲롯데그룹의 조직적인 소액주주 탄압 등을 꼽았다.


롯데쇼핑이 공시한 중국사업 영업적자 약 3조원 외에 올해의 막대한 손실과 중국 선양 등 부동산 프로젝트, 사드 보복에 따른 유통사업부문의 위험 등이 합병비율 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신동빈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지배구조 개선과 상법개정에 대비한 헤지수단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악용하고 있다"면서 "신 회장은 앞으로의 재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일본경영권을 상실하기에 한국경영권이라도 방어하고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지분확대를 통해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꾀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는 지난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에서 주장한 내용과 유사하다. 또한 이들 모임은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그의 자문역인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을 특별고문으로 선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부회장이 소액주주들을 앞세워 롯데 지주회사 전환을 막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머니포커S] '신동주 암초' 부딪힌 롯데 지주사 전환

◆잇단 회사채 발행·자금조달 부담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사드 사태의 해소가 요원해지면서 중국 내 롯데쇼핑 사업 회복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돈 들어갈 곳이 많아진  롯데그룹은 연말까지 공격적인 자금조달을 이어갈 전망이다.

올해 9600억원가량의 회사채를 발행한 롯데쇼핑은 또다시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긴급 수혈한 자금 3600억원도 조만간 바닥날 기미를 보이면서 추가 투입이 시급해져서다. 중국의 롯데마트가 임차료와 직원 임금 등으로 매월 필요한 자금이 1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3000억원가량이 더 필요한 셈이다.


이에 롯데는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추가 운영자금 조달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 발행 규모는 3000억∼5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지주사인 롯데홀딩스(가칭)는 출범 후 일부 순환출자 고리를 풀기 위해 자회사 지분을 취득하고 계열사 합병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도 응해야 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 비용과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자회사 지분취득 비용으로 4조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문제는 사드 여파로 호텔롯데의 IPO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회사채 발행 외에는 효율적인 자금조달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미 롯데는 이달 초까지 롯데쇼핑, 호텔롯데 등 3조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회사채 발행이 늘면서 롯데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 현재 신용평가3사는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달아둔 상태다.

롯데는 자금조달을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공식화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우선 4개사 분할합병을 통해 그룹의 지배구조 단순화에 따른 경영투명성 제고와 주주 중심의 경영문화 강화, 그간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인해 저평가됐던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인 재평가를 기대한다”면서 “당장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므로 시간을 두고 계열사별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회사채 발행 외 투자,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성향을 기존보다 2배 이상인 30%까지 늘리고 중간 배당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2호(2017년 8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