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가연씨(27·가명)는 기존에 사용하던 증권사 계좌가 있지만 ‘수수료면제 이벤트’ 광고를 보고 비대면 방식으로 A증권사 계좌를 개설했다. 그러나 A증권사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 로그인하는 과정에서 공인인증서를 다시 등록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비대면으로 가입하면 접속이 간단할 줄 알았는데 공인인증서 등록 등 기존 절차는 그대로여서 편리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최근 금융권이 비대면서비스를 확대함에 따라 지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손쉽게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하지만 박씨처럼 공인인증서를 등록해야 하는 점은 여전히 번거롭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증권사들이 다음달부터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한 인증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블록체인의 활용은 ‘혁신’이다. 공인인증서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머니S토리] 증권사 '블록체인', 공인인증서와 다른 점



◆본인 인증에 적용 ‘세계 최초’

‘공공거래장부’로도 불리는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거래할 때 일어날 수 있는 해킹을 막는 기술이다. 이번에 금융투자업계가 컨소시엄을 꾸려 진행한 블록체인 인증체계는 참여기관이 가진 정보를 분산해 저장하는 시스템을 활용했다.

블록체인은 거래내역이 특정 금융기관 서버에 집중되지 않고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기관으로 거래내역을 전송해 이를 대조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데이터 위·변조와 해킹이 어려워 공인인증서보다 안전성이 뛰어난 기술로 평가받는다. 공인인증서는 기관이 해킹당했을 경우 보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반면 블록체인은 참여하는 모든 기관의 시스템이 동시에 해킹되지 않는 한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블록체인 인증체계 구축은 전세계 블록체인 컨소시엄 중에서도 첫사례로 꼽힌다. 현재 미국·영국·일본 등 각국의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해외송금, 청산결제 등에 블록체인기술을 활용 중이지만 ‘본인인증’에 블록체인기술을 적용한 곳은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최초다.

금융투자업계는 지난해 4월부터 금융투자협회 회원사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으며 블록체인기술 현황파악과 적용 가능 사업모델을 모색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금융투자협회와 26개 증권사·선물사, 5개 블록체인 관련 기술회사가 참여한 ‘금융투자업권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발족됐다.


이번 블록체인 인증방식은 MTS 로그인에 공인인증서 대신 사용된다. 현재 공인인증서는 발급 1년마다 갱신해야 하지만 블록체인은 인증서 유효기간이 3년이다. 또 여러 증권사와 거래하는 투자자의 경우 한 기관에만 등록하면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모든 증권사에서 사용할 수 있다. 등록절차가 간편해 사용자의 편의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로서는 비용절감이 기대된다. 현재 증권사들은 공인인증서 본인인증 시 코스콤에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독자적인 인증체계가 갖춰지면 기존 수수료의 10분의1 수준으로 비용이 줄어든다. 또 본인확인서비스 등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추가사업 기회도 발굴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은 차세대 핀테크 보안기술을 적용해 해킹이나 위·변조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앞으로 거래기록·개인정보 유출 등 금융보안사고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전자서명체계를 구축하면 현재 인증기관을 통한 인증서 관리와 유효성 검증에 소요되는 리소스를 절감할 수 있다”며 “참여기관의 블록체인 활용확대로 사용성도 제고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머니S토리] 증권사 '블록체인', 공인인증서와 다른 점

◆공유기능 ‘탁월’, 확대적용 방침

공인인증 대신 ‘공동인증’이라는 개념으로 도입되는 블록체인 인증은 탁월한 공유기능으로도 주목받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MTS 본인인증서비스를 시작으로 내년 하반기에는 금융투자상품 청산결제업무, 2020년에는 장외채권 및 장외파생상품 거래에 블록체인을 확대적용할 방침이다.

코스콤은 지난해 9월 장외시장 채권거래시스템에 대한 블록체인 개념검증(PoC)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코스콤이 개발 중인 블록체인기술은 일정시간이 소요되던 기존 오프라인 양·수도 계약을 온라인화해 양도자와 양수자 모두 계약 시점에 기준가격을 정한다. 따라서 양도자는 신청일 이후 발생하는 시장위험에 노출되지 않으며 환매금액을 확정하고 즉시 현금화할 수 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공인인증기관인 코스콤이 블록체인 기술개발에 합세한 것은 앞으로 블록체인 활용도가 커질 것임을 방증한다고 해석했다.

코스콤 관계자는 “국내 첫 블록체인 기반의 펀드거래플랫폼 구축 가능성을 높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를 통해 펀드거래 편의성과 이용자 접근성, 분산원장기술 등을 바탕으로 거래 데이터관리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은행업계의 블록체인 컨소시엄 구성도 증권업계와의 시너지가 예상된다. 증권업계보다 진행이 늦었지만 은행업계 역시 최근 블록체인 인증개발을 위한 업체를 선정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 앞으로 은행권과의 공동인증체계 구축이 기대된다.

내년 상반기 은행권까지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국내 전체 금융시스템에 블록체인이 견고한 인증체계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타 업권에서도 별도의 추가등록절차 없이 하나의 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인프라 성격을 갖기 때문에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금융투자 관련 업무가 상당히 많다”며 “블록체인을 활용한 업무가 확대되면 금융투자업계에 상당한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2017년 9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