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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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이 기업대출 확대에 나섰다. 개인대출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기업대출 영업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충당금 적립규제 강화와 더불어 내년 초 최고금리 인하가 예정된 가운데 가계대출로는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중·저신용자에 대한 영업이 축소돼 이들의 대출 창구가 막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은 최근 기업대출 관련 부서의 역량을 키우는 중이다. 한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에서 20년 이상 기업대출 업무를 맡아온 인재를 영입했다. 다른 저축은행들도 기업대출 관련 부서의 인원을 늘리는 등 기업대출 영업과 심사 역량을 키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개인대출 위주로 사업을 벌여왔던 저축은행들이 기업부문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실제 저축은행은 최근 기업대출을 늘리는 중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중소기업대출액은 지난 7월 기준 26조21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조7079억원)보다 20.8%(4조5089억원) 증가했다. 2년 전(18조5478억원)과 비교하면 41.3% 급증했다.

반면 가계대출은 올 들어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액은 지난 7월 기준 20조1864억원으로 올 1월(18조7456억원)대비 7.6% 증가한 데 그쳤다. 지난해의 경우 1~7월 가계대출 증감률은 18%(14조1454억원→16조6920억원)였다. 총대출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 1분기 42.44%에서 2분기 41.9%로 하락했다.


이처럼 저축은행이 점차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는 건 가계대출 수익이 점차 줄어들 것이란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이 지난 3월 가계대출 성장률을 한 자릿대로 제한한 데 이어 지난 2분기부터는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에 대해 50%의 추가충당금을 쌓도록 해 저축은행으로선 가계대출 확대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여기에 내년 1월부터 법정최고금리는 현행 27.9%에서 24.0%로 인하될 예정이어서 포트폴리오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돼왔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가계신용대출을 100억원 이상 취급한 13개사 가운데 4개사가 연 24% 이상의 평균 금리로 대출을 취급했으며 연 20% 미만의 금리로 대출을 실행한 곳은 3개사에 불과했다. 자산순위 2위와 7위, 4위인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HK저축은행의 평균 대출금리가 각각 연 25.88%, 25.43%, 25.23%로 가장 높았고 자산순위 8위인 현대저축은행이 연 24.12%로 뒤를 이었다. 이들의 경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로 내려가면 상당수의 가계대출을 실행할 수 없는 셈이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강화됐고 결정적으로 최고금리 인하가 예정돼 있다 보니 저축은행은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저축은행 사태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본계나 대부업계열 저축은행이 대거 시장에 진입해 가계신용대출 위주로 영업을 벌였고 많은 수익을 냈는데 가계대출로는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대출 포트폴리오가 바뀌면서 향후 가계대출을 쉽게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저축은행이 가계대출을 축소하면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창구가 막힐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을 늘리면 가계대출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중·저신용자에 대한 영업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금리 정책상품은 대출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저축은행 자체 중금리상품은 규제를 받는다. 이 같은 상황에선 중금리 대출도 늘릴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