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월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가업승계 지원 등을 논의했다. / 사진=뉴스1 이승배 기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월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가업승계 지원 등을 논의했다. / 사진=뉴스1 이승배 기자


▶글 쓰는 순서
①과도한 상속세에 경영 포기… 중소기업도 대기업도 '벌벌'
②'100년 기업' 도약 조건, '유명무실' 가업상속공제 살려야
③"글로벌 스탠다드로 낮춰야" 전문가가 본 상속세 개편 방향



정부가 상속세 개편에 군불을 지피면서 가업상속공제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가업상속제도는 가업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상속을 포기하는 것을 방지해 중소기업 등 기업의 원활한 승계를 지원하고 경제발전과 고용유지의 효과를 도모하는 제도다. 정부는 2008년 제도 도입 이후 매년 관련 법령을 손봐 더 많은 기업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유도하고 있다지만 실제 활용도는 크게 떨어진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적용 대상 기업을 확대하고 상속 범위와 조건 등도 완화해야 한다.

5년간 제도 활용 연평균 111건… 독일은 1만1079건

한국의 가업승계제도 활용도는 주요국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18년~2022년 5년 동안 국내 기업의 가업상속공제 활용 건수는 연간 평균 111건, 공제금액은 평균 3165억원 수준이다. 가업의 승계에 대한 증여세 특례 제도 이용 실적도 평균 255건 수준에 그친다.

독일·영국 등 주요국에선 가업승계공제 제도가 활성화돼 있다. 독일은 2015년~2019년 기준 가업승계 공제건수가 평균 1만1079건에 달하며 가업승계 공제금액도 6조1280억원이다. 영국은 2015년~2018년 기준 가업승계 공제건수 평균 2583건, 공제금액은 2조8889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활용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기업들이 관련 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무역협회가 지난해 12월 회원사 대표 799명을 대상으로설문을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10.6%에 불과한 반면 '잘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은 37.4%다. '들어 본 정도'라는 응답도 26.5%에 달했다.

조건이 까다로운 것도 문제다. 현행 가업상속공제는 중소기업 또는 매출액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 중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 경영한 기업을 대상으로 업력 10년 이상 300억원, 20년 이상 400억원, 30년 이상 600억원을 공제한다.


대상에 포함돼 제도 적용을 받더라도 사후 관리 요건을 지켜야 한다. 상속 후 5년 이상 가업을 유지해야 하며 정규직 근로자 평균과 총급여액을 상속개시일 직전 2개 사업연도 평균의 9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가업용 자산의 40% 이상을 처분하면 안되고 1년 이상 가업을 휴업하거나 폐업하지 않고 주 업종을 변경하지 않아야 한다. 다만 주 업종 변경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15조11항에 따라 사후관리 기간 중 한국표준산업분류의 중분류 내에서 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하면 공제받은 상속세에 더해 이자까지 납부해야 한다.

/ 그래픽=김은옥 기자
/ 그래픽=김은옥 기자


제도 활용 허들 높이는 까다로운 요건 완화 필요

정부는 그동안 기업들의 이견을 받아들여 제도 완화를 추진해 왔다. 적용 대상 기업도 제도 도입 초기 중소기업에서 매출 5000억원 미만의 일부 중견기업으로 확대했다. 올해부터는 추가로 업종변경 제한범위가 '중분류 내'에서 '대분류 내'로 완화된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된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의 상속인은 일정 기간 내 대표이사에 취임하지 않아도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고 업종변경 제한도 폐지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더 과감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가업승계 신청시 피상속인에 대한 사전요건 중 대표이사 재직 요건을 현행 10년에서 5년으로 낮춰달라고 주장한다. 독일이나 일본, 영국 등 주요국은 가업승계 전 최소경영기간 요건을 요구하고 있지 않는 만큼 글로벌 추세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대상 기업 매출 요건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견기업의 가업승계제도 요건을 현행 매출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대폭 상향해 중견기업의 국내 고용효과를 제고할 필요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제도를 대기업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해 기획재정부에 전달한 '상속세제 개선 의견'에서 "단순히 기업규모가 크다고 해서 가업상속공제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상속세부담을 완화해 기업의 원활한 승계를 지원한다는 제도의 취지에도 위배 된다"며 "공제 대상 확대로 세수 위축 등이 우려되면 일정 기준을 만족하는 대기업에 공제를 허용하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후조건에서 가업승계공제 이후 업종변경 제한도 없앨 필요가 있다고 한다. 파이터치연구원에 따르면 업종변경 제한 없이 매출액 5000억원 미만 기업에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부여하면 일자리는 21만개(1.01%) 늘고 실질국내총생산(GDP)과 실질설비투자, 총혁신투자도 각각 19조원(1.26%), 7조원(5.31%), 1조원(1.3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유지 의무 부담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상현 원장은 "급격한 경기변동 영향과 각 기업의 고유한 상황을 감안해 고용의무 유지 미충족에 대한 사유를 참작해 주는 별도의 절차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