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시장 한파에도 건설원가 상승으로 고분양가가 지속되며 정책대출 한도를 벗어나는 주택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산부인과 앞 시민들./사진=뉴시스
청약시장 한파에도 건설원가 상승으로 고분양가가 지속되며 정책대출 한도를 벗어나는 주택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산부인과 앞 시민들./사진=뉴시스




충북 청주 출신인 30대 수진씨(가명)는 두 달 전 자녀를 출산했다. 정부가 출생 가구에 저금리 주택자금을 지원하는 '신생아특례 디딤돌대출'(이하 '신생아대출')이 올 초 출시되며 주변에서 신청을 권유받았지만 그는 계획이 없다. 최근 서울 분양가뿐 아니라 시세마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대출 한도 내에서 가능한 매물을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설령 신생아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감당해야 하는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 신생아대출은 시중은행 금리보다 낮은 연 1.6~4.3%로 빌릴 수 있지만 대출 기준인 9억원 주택을 최대 한도 5억원 대출로 사면 중위 금리 월 276만원(20년 만기·원리금 분할상환)을 내야 한다.


공사비·인건비 등 건설원가 상승으로 서울 아파트가격이 치솟으면서 정부 정책대출에 기대야 하는 실수요자들도 갈 곳이 사라졌다. 자금 마련에 취약한 서민·중산층의 기회는 줄어들고 '로또 청약'만 키운다는 우려도 커진다.

2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에 분양한 서울 노원구 '서울원 아이파크'와 중랑구 '더샵 퍼스월드'는 국민평형(전용면적 85㎡) 초과 물량을 대거 꾸리면서 서울원 아이파크의 경우 가장 소형 면적인 59㎡도 9억원을 넘었다.


신생아대출은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담보인정비율) 각각 60%, 70%(생애최초 80%)를 적용받아 최대 5억원 이내로 빌릴 수 있다. 정책대출의 공통 마지노선도 전용 85㎡ 이하다. 일반공급 물량 중 85㎡ 이하는 서울원 아이파크 30.9%, 더샵 퍼스트월드 33.2%다.

분양시장뿐 아니라 매매도 녹록지 않다. 2020년 입주한 노원구 '포레나 노원'은 지난달 전용 84㎡ 실거래가가 11억2000만원(8층)을 기록했다. 같은 해 입주한 중랑구 '사가정 센트럴 아이파크'도 동일 면적 실거래가가 이달 11억9000만원(14층)에 신고됐다.


정책대출마저 없다면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진다. 신용점수 901~950점대 수진씨 부부의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은 전국은행연합회가 공시한 5대 시중은행(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평균 연 4.36%다.

전세 문턱도 높아… 주택 쌓이는데 인구 탈출하는 서울

다른 정책대출로는 문턱이 더 높다. '내집마련 디딤돌대출'은 매매가 5억원(신혼·2자녀 이상 가구 6억원) 이하 매물에 한해 2억5000만원(생애최초 3억원, 신혼·2자녀 이상 4억원)까지 연 2.65∼3.95% 금리로 대출해준다. 내년 2월부터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에 도입될 예정인 '청년주택드림 대출'도 6억원 이하 주택 청약시 분양가 80%까지 연 2.2% 금리로 지원한다.

정부·지자체가 층고제한 완화와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신규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분양가가 지속해서 높아질 경우 저출생 대응이라는 정책 목적에는 부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자금이 있는 자산가에게만 청약의 기회가 늘어 로또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공사비 상승 문제가 지속돼 분양가가 워낙 오르다 보니 로또 청약 비난은 피할 수가 없어 보인다"며 "정책대출만이 아니라 일반대출도 가격과 금리 문제로 계약부터 실제 입주까지는 여러 난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매매가가 상승하며 전세가격도 올라 수년째 한도가 묶인 정책대출로는 감당키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을 포함한 서울 주택 평균 전세가는 지난달 3.3㎡(평)당 약 1933만원으로 조사됐다. 국민평형 기준 약 4억9224만원이다.

평균이라도 '신생아 특례 버팀목대출'만 간신히 해당된다. 해당 대출은 연 1.1~4.1% 금리로 보증금 5억원 이하 주택에 대출금 최대 3억원을 지원한다. '신혼부부 전용 버팀목대출'은 보증금 4억원 이하 주택에 3억원까지 연 1.7~ 3.1% 금리로, '청년 전용 버팀목대출'은 보증금 3억원 이하 주택에 2억원까지 연 2~3.1% 금리로 빌려준다. 연 2.3~3.3% 금리인 일반가구 버팀목대출은 보증금 3억원 이하에 1억2000만원, 금리 연 1.5%인 '중소기업 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은 보증금 2억원 이하에 1억원이 한도다.

이 같은 주거비 상승 심화로 서울은 주택 재고가 증가해도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2016년 993만명으로 1000만명대가 깨진 서울 인구는 올해 933만명까지 줄었다. 반대로 2016년 364만가구였던 서울 주택 재고는 2022년 383만가구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