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는 환경과 조건에 맞춘 끝없는 재설계"
[신간] '생물의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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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생물의 왕국'은 단순히 '살아남은 자들의 승전보'를 늘어놓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생존은 싸움이 아니라 선택과 적응의 예술'임을 입증하며, 왜 어떤 생명은 사라지고 어떤 생명은 남는지를 차분히 짚는다.
저자는 생명을 감탄 목록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질문과 해석의 과정으로 다룬다. '진화는 진보'라는 오해를 걷어 내고, 환경과 조건에 맞춘 끝없는 재설계가 곧 진화임을 다양한 사례로 보여 준다.
공룡의 후손인 새가 하늘을 선택했고, 뱀은 다리를 버리는 대신 더 유연한 몸을 얻었으며, 사체 분해자와 독을 견디는 포식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전략으로 생태계의 빈칸을 메워 왔다. 핵심은 '변화에 맞춘 선택'이다.
1부는 벌꿀오소리·독수리·고라니·장어·새·펭귄 같은 생명체들을 통해 적응의 언어로 진화를 해설한다. 독을 견디거나, 대양을 건너 번식하거나, 날개를 버리고 물로 들어가는 선택까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불공평해 보이는 세계에서 각 종이 확보한 생존의 해법이 드러난다.
2부에선 바다거북·나무늘보·사막·무당개구리로 시선을 넓혀 생태계 교란과 적응의 상호작용을 읽는다. 느림·비선형성·이동성 같은 변수는 단점이 아니라 장기 전략이 된다. 인간 활동이 만드는 위협과 책임을 병치하며 '살아남은 건 다 이유가 있다'는 문장을 실제 서사로 증명한다.
저자는 인간의 자리를 냉정하게 되묻는다. 불과 금, 번개, 감각의 진화사를 따라가며 우리가 '기술로 진화한다'고 착각하기 쉬운 지점을 경계한다. 기술은 인간의 생존을 도울 수 있지만 그것 자체가 생명의 본질은 아니다. 문명을 떠받치는 물질·에너지·지식 체계의 연동을 이해할 때 비로소 인간은 연결망의 한 점으로 자신을 인식할 수 있다.
'생물의 왕국'은 '예측 불가능한 우연과 끝없는 노력이 만든 산물'로서의 생명을 다시 보게 한다.
△ 생물의 왕국/ 이정모 지음/ 책과삶/ 1만 8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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