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스닥 상장사 파라택시스코리아(구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비트코인 사업에 올인하며 기존 신약 개발 사업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이 와중에 데이터베이스(DB) 보안 솔루션 기업 신시웨이 인수에 나서면서 신약 개발은 더욱 뒷전으로 밀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파라택시스코리아는 지난 10일 신시웨이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15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 1847만2907주를 주당 812원에 발행하며, 납입일은 오는 18일이다. 최대주주 측 특수관계인인 파라택시스홀딩스 등이 해당 신주를 배정받는다. 이 소식에 이날 파라택시스코리아 주가는 상한가(29.93%)를 기록, 1107원에 마감했다.

파라택시스코리아는 올해 6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를 미국 가상자산 전문운용사 파라택시스홀딩스로 변경했다. 파라택시스코리아 측은 유상증자 200억원과 전환사채(CB) 50억원 등 총 250억원을 투입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사명을 파라택시스코리아로 변경하고 정관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관련 사업 목적을 추가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비트코인 트레저리를 주력 사업으로 삼되, 기존 신약개발 사업도 하나의 사업부문 형태로 지속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대주주 변경 후 기존 사업인 신약 개발 사업은 크게 위축됐으며 전문 인력도 이탈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파라택시스코리아의 올해 3분기까지 연구개발(R&D) 비용은 85억원으로 전년 동기(125억원) 대비 32% 감소했다. 하지만 인수 후 첫분기인 3분기만 놓고 본다면 연구개발비는 31억원에서 9억원으로 70% 이상 줄어들었다.

여기에 회사는 지난 8월 차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BBT-207'의 국내·미국 임상 1/2상을 자진 취하했다. BBT-207은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 복용 후 나타나는 저항성 내성을 겨냥한 4세대 EGFR 저해제로, 동물 모델에서 종양 억제 효과를 입증했던 물질이다.


여기에 지난 8월 임시주총에서는 기존 파라택시스코리아의 경영과 개발을 책임지던 등기임원 3명이 모두 사임했다. 현재 등기임원은 파라택시스 출신인 앤드류 김 대표와 에드워드 친 이사, 창업주 이정규 사내이사 3명뿐이다. 신사업부문총괄을 맡았던 김재순 부사장은 10월 종근당 신약사업개발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시웨이 인수로 인해 신약개발 사업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관성 낮은 기업을 연달아 인수하는 배경에는 결국 자금조달 목적이 깔려 있다"며 "디지털 애셋 트레저리(DAT) 기업들은 외부 자금 조달로 가상자산을 매입해 자산가치를 불리는 전략을 쓴다"고 말했다.

더욱이 신시웨이는 DB 보안 제품을 개발·판매하는 IT 기업으로 파라택시스코리아가 표방하는 비트코인 트레저리 사업과도 큰 연관성이 없다. 이에 대해 투자업계 관계자는 "파라택시스코리아가 신약개발에서 비트코인으로 급선회한 것처럼 신시웨이도 본업 축소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신시웨이는 R&D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지만 경영권 변화 후 본업 지속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본지에서는 파라텍시스코리아와 신시웨이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이와 관련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