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국채, 절세 매력에도 정치 리스크에 '흔들'… 투자 전략은
이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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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 효과'로 국내 투자자들의 입소문을 탄 브라질 국채 시장이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흔들리고 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헤알화/원 환율은 전날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0.76% 하락한 268.41원을 기록했다. 지난 5일부터 4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헤알화 표시 국채 금리는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3거래일간 상승해 브라질 10년물 수익률은 약 13.6% ~ 13.8% 수준이다. 시장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중도 매도 시 손실 가능성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브라질 국채는 이자소득세뿐 아니라 환차익·자본차익까지 모두 비과세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 같은 구조적 매력으로 고액 자산가들의 브라질 채권 매수세는 꾸준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 하반기 국내 투자자의 브라질 채권 순매수 규모는 약 360억원(2500만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헤알화 가치가 조정받은 배경에는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 리스크가 자리한다. '남미 좌파 대부'로 불리는 룰라 대통령의 4선 가능성이 커지고, 시장이 선호하는 우파 후보의 경쟁력이 불투명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산 배분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룰라 정부가 추진해온 저소득층 지원·공공 투자 확대 정책은 재정 지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부각되고 있다.
증권가 "단기와 중장기 전략 구분해야"
정치 불확실성을 키운 직접적 계기는 쿠데타 혐의로 27년형을 선고받아 출마가 어려워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장남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를 대선 후보로 지명한 것이다. 이 소식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브라질 자산 비중 축소를 본격화했다.
허성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프레이타스 상파울루 주지사처럼 시장이 선호하는 우파 후보가 지명되지 않은 데 대한 실망감이 컸다"며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여론조사에서 경쟁력이 낮아 우파의 결집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룰라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브라질 10년물 금리가 하루 만에 54베이시스포인트(bp) 급등한 건 2014년 이후 13번째로 큰 변동 폭이라면서 시장 반응이 과도하다고 평했다.
NH투자증권도 보우소나루 계열의 분열이 심화하면서 룰라 대통령의 4선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장 인식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한편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10일 기준금리(셀리크금리)를 15%로 동결했다.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 중앙은행은 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 전망이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하며 미국의 경제 정책과 관세 정책 변화, 국내 재정정책 방향 등을 주요 변수로 제시했다.
증권가에선 브라질 기준금리가 인하 사이클에 진입할 경우 채권 가격 상승 여력이 유효하다고 보면서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선 접근 방식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내년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며 "금리 인하 기대가 유효한 만큼 채권 가격 상승 여지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정치·재정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물가 안정 신호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이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단기와 중장기 전략을 구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단기적으로는 최근 금리 상승이 과도한 반응이라는 진단 속에서 헤알화 표시 채권의 저점 매수 기회가 열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대선을 전후한 통화 약세와 금리 변동성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달러 표시 브라질 국채 중심의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허성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대선 국면에서도 헤알화는 대체로 약세로 전환된 패턴을 보였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표시 브라질 국채가 더 안정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시장 변동성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헤알화 채권 투자자의 경우 이를 트레이딩 기회로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달러채권의 스프레드는 10년물 기준 4.7bp 상승에 그친 만큼 변동성 관리 목적의 달러 채권의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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