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정취가 완연한 최근 열린송현 녹지광장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너른 광장은 국적을 불문한 관람객으로 북적였고,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카메라 셔터 소리는 전시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하고 있다.
열린송현 녹지광장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띠 형태의 구조물 '휴머나이즈 월'과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24개의 벽 구조물 '일상의 벽'이 시선을 압도한다. 하늘을 향해 솟은 목조 구조물, 낯선 재료로 지어진 실험적인 건축물들이 공원을 가득 채웠다.
이어 "AI와 같은 첨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의 삶이 인간적인 것과는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 같다. 건축을 포함한 모든 분야가 다시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한편으로는 인간 중심적 사고 자체가 문제고 이런 사고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는 포스트 휴머니즘과 같은 흐름도 있다. 어쨌든 우리와 우리가 사는 도시, 환경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열린송현 녹지광장뿐 아니라 도시건축전시관 등에서 열리고 있다. 이 교수는 "여러 장소에서 전시와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건 이번 비엔날레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가 국제적으로 더 나은 도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행사인 만큼 앞으로도 이런 노력은 계속돼야 하고 확장돼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시민이 건축을 친근하게 느끼는 것에서 나아가 시민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도시를 표현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의 풍경이 가진 복합성 역시 이번 전시의 중요한 배경이다. 이 교수는 "서울의 오래된 건물과 새 건물이 함께 존재하는 모습은 역사를 품은 도시라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서울의 특징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 비엔날레의 주된 목적은 아니지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서울 시민들이 함께 참여한 만큼 여러 면에서 서울의 전통, 역사, 문화적 특징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고 봤다.
이 교수는 자신이 참여한 '걷기 드로잉'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그는 "시민들과 함께 서울의 옛 건물과 새 건물을 걷고 그 여정에서 느낀 감정들을 기록했다. 전통 지게에서 영감을 받아 이동식 드로잉 장치 '서울 지게'를 만들었다"면서 "우리가 모두 함께, 사람을 위한 건축과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행위가 필요한 것 같다. 여유롭게 애착을 갖고 바라보면 서울만이 지닌 아름다움이 보이고, 더 아름다운 도시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결국 건축은 '사람이 사는 법'을 설계하는 행위다. 올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메시지인 "건축은 감정의 언어"를 기억하며 전시를 둘러보자. 아울러 우리는 어떤 도시에서 살고 싶은지 그리고 그 도시를 어떻게 함께 만들어갈 것인지도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