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의 가격은 기업의 현재가치에 미래가치를 더해 결정된다. 현재가치는 기업의 재무구조나 수익성을 따져서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가치는 기업의 비전이나 역량, 사업환경 등 수치화하기 곤란한 변수로 예측해야 한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시장에서는 미래가치를 두고 버블 논란이 일어나곤 한다.

현재 코스닥시장이 그렇다. 시장을 주도하는 제약·바이오주의 주가는 현재가치보다 미래의 꿈을 먹고 자란 경향이 크다. 이에 따라 전문가 사이에서도 코스닥지수의 앞날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 버블이 의심스런 징후들

주가가 급등을 이어가면 통상 시장에서는 버블을 의심한다. 약 3년간 500~600선 사이의 박스권에 갇혀 움직이던 코스닥지수는 올해 초 지붕을 뚫고 700선까지 쭉쭉 달렸다. 큰 출렁임 없이 우상향하던 코스닥은 지난 4월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파동에 얻어맞고 비틀거렸다. 잠시 조정을 거치고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21일 788.13을 기록하며 지난 2007년 11월 이후 7년8개월 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단숨에 800선 고지를 넘을 것 같았던 코스닥은 본격적인 실적시즌에 진입하면서 고개가 꺾였다.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하기 전에 주가가 소폭 조정에 들어가는 흐름은 이상할 게 없지만 코스닥의 낙폭은 단순조정으로 보기에는 너무 빠르게 추락했다. 불과 8거래일 만에 80포인트 넘게 빠지며 10%가량의 낙폭을 보인 것. 이는 ‘가짜 백수오’ 사태 당시보다 더 크고 빠른 하락세다. 

코스닥 버블붕괴인가, 단기조정인가?

지난달 지수가 등락하는 폭도 크게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닥지수의 하루 평균 변동성은 2.19%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3년 6월(2.36%) 이후 최대치다. 지수의 일중 변동성은 그날 지수의 고가와 저가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클수록 지수가 큰 폭으로 요동쳤다는 뜻이다. 지난달을 제외하고 올해 평균 변동성이 1.19%였던 점을 감안하면 7월 한달간 평소보다 두배 이상 지수가 출렁인 셈이다.

코스닥 하락의 주원인은 그동안 지수상승의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제약·바이오주의 폭락이다.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종목은 전체 1031종목 중 25.32%인 261종목이다. 이 중 제약업종에 속한 종목이 32개(12.2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따라서 이들의 급락이 지수의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제약·바이오주 폭락의 방아쇠는 한미약품이 당겼다. 지난달 29일 제약업종의 주도주 한미약품은 지난 2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71% 줄어든 24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시장전망치인 306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한미약품의 어닝쇼크에 코스닥시장의 제약업종도 덩달아 고꾸라졌다. 실적발표 이후 이틀간 코스닥 제약업종지수는 9% 가까운 낙폭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뚜렷한 실적 개선없이 급등한 제약·바이오주의 높아진 밸류에이션도 버블의 징후로 본다. 코스닥 제약업종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44.9배다. 이는 동조화 현상이 뚜렷한 나스닥 바이오업종의 32.3배보다 39% 더 고평가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코스닥도 지난달 말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11배로 지난 2001년 이후 최고수준을 나타냈다.

코스닥시장의 높아진 신용잔고도 버블 우려감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코스닥시장의 신용잔고는 3조8832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약 2%에 달한다. 코스피시장은 3조6523억원으로 전체의 0.4%에 불과하다. 절대적인 수치상으로도 코스닥시장의 신용잔고가 코스피시장을 2300억원가량 추월했음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신용잔고의 비중이 높을수록 증시가 하락국면에 진입했을 때 더 큰 폭으로 떨어진다고 말한다. 실제 지난 6월 이후 보름 만에 30% 가까이 주가가 폭락한 중국증시의 경우 신용잔고가 전체 시가총액의 8.8%에 달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높은 개인의 비중과 과열된 투자심리에 따른 신용잔고 확대는 중국뿐 아니라 어느 증시에도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불안 요소”라고 설명했다.

/사진=뉴스1 조희연 기자
/사진=뉴스1 조희연 기자

◆ 엇갈리는 전망, 코스닥 앞날은?

코스닥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주가의 과열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경험에 비춰봤을 때 코스닥시장이 6개월 연속 상승한 후 조정에 들어가면 최소 2개월 이상 이전 고점을 돌파하지 못했다”며 “실적모멘텀이나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볼 때 코스닥지수가 거시지표와 방향성을 달리하며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지난달 두번의 급락으로 인해 투자자의 심리가 위축됐다”며 “특히 이번 조정의 촉매가 어닝쇼크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빠른 추세복원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도 “코스닥지수가 지난 4월부터 이어온 상승 추세선을 이탈했기 때문에 이전만큼 빠르게 상승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오는 9월 말까지 조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김 애널리스트는 “제약·바이오주 중심의 조정이 급격하게 지속되지 않는다면 이들에 쏠렸던 수급이 다른 중소형주로 이전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코스닥 또는 중소형주의 여타 업종과 종목에서는 기회가 여전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코스닥시장이 미국 나스닥시장과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에 나스닥지수가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는 한 코스닥지수도 동반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나스닥지수는 지난 5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34.40포인트(0.67%) 상승한 5139.95를 기록하며 지난 2000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송흥익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리스 리스크, 중국증시 급락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와중에도 나스닥지수는 전세계 증시에서 가장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나스닥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코스닥지수만 하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같이 상승하거나 최소한 횡보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