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 중국 '기침'에 한국은 '몸살'
박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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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증시가 지난 7일 또 폭락했다. 개장 이후 빠른 낙폭을 보였고 서킷브레이커가 두번 발동되면서 장이 열린 지 30분 만에 조기 폐장됐다. 중국증시는 올 들어 두번째 거래가 중단되며 투자자들을 패닉상태로 몰아넣었다. 증시 폭락의 가장 큰 이유는 인민은행이 8거래일 연속 위안화를 절하시키면서 자본유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시장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미국·유럽연합·일본 등 선진 3대 경제권을 능가하는 한국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미 지난해 중국의 수입 둔화와 유가 하락으로 한국산 철강과 기계,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이 직격탄을 맞았다. 따라서 최근 잇단 중국발 쇼크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절하가 불러온 악재
지난 7일 상하이종합지수는 1.55% 하락한 3309.66으로 장을 출발했다. 이후 개장 10여분 만에 5.45% 하락한 3178.70으로 낙폭을 확대하자 한차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후 다시 거래를 재개한 상하이종합지수는 결국 투자자들의 투매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불과 3분여 후 7.32%까지 떨어지자 개장 30분 만에 조기 폐장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32% 폭락한 3115.89로 장을 마쳤다. 3개월 만의 최저치다.
선전성분지수도 이날 조기 폐장했다. 전 거래일 대비 1.88% 내린 1만1504.77로 출발한 선전성분지수는 6.68% 하락한 1만941.82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거래 재개 후에는 8.35% 빠지며 1만745.47로 일찌감치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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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장세영 기자 |
앞서 중국당국은 지난 1일 증시 변동성이 심화될 경우에 대비한 서킷브레이커제도를 도입했다. 중국의 서킷브레이커는 대형주 중심의 상하이선전(CSI)300지수가 ±5% 변동할 경우 상하이·선전증권거래소의 거래가 15분간 중단된다. 거래재개 후 CSI300지수가 ±7%까지 변동하면 즉시 폐장한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의 조기 폐장은 CSI300지수가 개장 13분 만에 전 거래일보다 5.38% 급락했고 재재된 후 7.21%까지 낙폭을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원인은 인민은행이 8거래일 연속 위안화를 절하한 탓이다. 여기에 자본유출 우려가 커졌고 대주주 지분매각 금지해제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인민은행은 위안화를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0.51% 상승한 6.5646위안으로 고시했다. 지난 2011년 3월 이후 위안화 가치가 가장 낮다.
◆서킷브레이커 효용성 논란 불거져
중국증시는 지난 4일 새해 첫 거래일에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조기 폐장한 바 있다. 이날 CSI300지수는 장중 5.05% 급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15분간 거래가 중단됐다. 이후 다시 5% 넘게 떨어지면서 총 낙폭이 7%를 넘자 거래가 완전히 중단됐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오후 장 개장 13분 만에 전 거래일 대비 4.96% 하락한 3363.52를 기록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한차례 거래가 중단됐다. 이어 재개장 후 6.85% 폭락한 3296.66으로 주저앉으면서 서킷브레이커가 재발동돼 마감시간까지 거래가 중지됐다. 선전성분지수는 이날 8.16% 떨어진 1만1630.94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중국증시는 올 들어 4거래일 만에 4차례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두차례 주식거래가 완전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극도의 공황심리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서킷브레이커제도의 효용성 논란이 일었다. 5%, 7%로 지나치게 간격이 좁은 서킷브레이커제도가 오히려 시장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첫번째 서킷브레이커 발동 이후 거래가 재개된 뒤 두번째 서킷브레이커까지 걸린 시간은 단 1~2분에 불과했다. 결국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서킷브레이커 시행을 잠정 중단했다.
중국 건설은행 산하 투자은행인 찌엔인궈지의 마크 졸리 애널리스트는 “증시 하락세는 서킷브레이커제도를 비롯해 위안화 환율 안정, 경제수치 등이 개선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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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
◆중국 의존도 높은 한국 ‘직격탄’
중국증시의 잇단 폭락으로 지난해 8월의 중국판 ‘블랙먼데이’ 효과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판 블랙먼데이로 불린 지난해 8월24일 상하이종합지수는 8.5%나 빠졌다. 그 여파로 잘나가던 코스피는 1820선으로 밀리는 등 전세계 금융시장이 타격을 입었다.
특히 이번 중국발 쇼크로 중국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대한 우려가 크다. 글로벌투자은행 UBS그룹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4%로 떨어질 경우 중국 교역비중이 높은 한국 등이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UBS그룹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자사의 예상치(6.2%)를 하회한 4.0%까지 하락하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정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한국 등 중국과의 교역비중이 큰 국가는 중국의 경기둔화에 매우 취약하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교역이 급감한 지난 2008년 말과 같은 국제무역절벽(Global trade collapse)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이유로 정부도 대외리스크 요인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보다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더 경계한다. 한국경제가 수출주도형인 데다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2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아지면서 중국 금융시장과의 연결고리가 한층 견고해졌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중국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한국경제도 실물영역에서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당분간 교역과 제조업 위축에 따른 중국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중국에 의존도가 높은 수출부문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중국증시의 패닉 장세가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니터링을 강화키로 하는 등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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